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지난해 큰 폭의 영업손실을 낸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사업전략을 실행에 옮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애플에 이어 일본 소니 등 대형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완성차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LG전자는 부품업체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며 고객사들과 협력 확대에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6일 LG전자에 따르면 전장부품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전장부품 전문업체로 명확한 방향성을 두고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혀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VS사업본부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조주완 사장이 새 CEO에 오른 뒤에도 기존의 방향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1월 열린 세계 IT전시회 CES2022에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카 ‘옴니팟’을 선보였다.
LG전자의 올레드 디스플레이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을 차량 안에 담아 미래에는 자율주행차가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시제품이다.
소니가 CES2020에서 자체 콘셉트카를 선보인 지 2년만에 전기차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완성차시장에 진출한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자 LG전자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전기차를 직접 생산해 판매한다면 LG전자뿐 아니라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도 안정적 수요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완성차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계획은 현재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선보인 콘셉트카는 다양한 미래 기술을 전시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소니뿐 아니라 애플과 대만 폭스콘, 중국 샤오미 등 글로벌 전자업체도 일제히 자체 전기차 출시계획을 구체화하고 본격적 사업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조 사장은 LG전자가 처음 전장부품사업에 진출하며 구상했던 대로 대형 완성차업체를 안정적 고객사로 확보해 꾸준한 수주 확대로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조 사장이 LG전자 전장사업에서 소니가 아닌 독일 보쉬와 같은 부품 전문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따라가고 있는 만큼 고객사 수주 확대에 성과를 확인해야 하는 과제도 무거워졌다.
LG전자 VS사업본부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확대한 상황에서 조 사장이 구원투수 역할로 CEO에 오른 만큼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앞당기는 일이 최대 당면과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LG전자 VS사업본부 연매출은 7조1938억 원으로 2020년 대비 24% 늘어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영업손실 9329억 원을 보면서 흑자 전환 목표에서 더욱 멀어졌다.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이 생산차질을 겪은 데 따라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지만 손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전장사업은 LG전자가
구광모 LG그룹 회장 시대에 들어 핵심 성장동력으로 앞세우고 스마트폰사업 중단 등 과감한 결정을 통해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기록하던 연간 영업손실과 비슷한 규모로 전장사업 적자폭이 커지면서 사업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 기여도 측면에서 갈수록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다.
▲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 |
조 사장은 결국 LG전자 전장부품사업에 관련한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올해 뚜렷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묘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세계 대형 완성차 고객사들의 수주에 의존하는 전장부품사업 특성상 LG전자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완성차업체들과 훨씬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던 보쉬와 콘티넨탈 등 주요 전장부품업체와 비교하면 LG전자는 비교적 후발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LG전자가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조명업체 ZKW 및 전장부품업체 마그나와 설립한 합작법인 LG마그나의 역할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기존에 여러 완성차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던 ZKW와 마그나의 네트워크 활용을 목적으로 두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수합병 및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CEO에 오른 뒤 첫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ZKW 공장을 방문해 전장사업 현황을 파악한 뒤 올해부터 추진해 나갈 사업계획을 구상해 왔다.
따라서 LG전자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전장사업 분기 영업이익 흑자 달성과 대형 고객사 확보 등 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2019년 말부터 LG전자 중장기 사업전략 및 방향성을 논의하고 수립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고 이전에는 북미지역 대표로 일하며 해외 고객사 대상 영업에도 경험을 쌓았다.
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사업모델과 사업 방식에 변화를 주는 질적 경영으로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를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며 공격적 변화의 필요성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다만 LG전자 전장사업이 여전히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등 외부 영향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LG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전장사업 실적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