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억 마이셰프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처음 밀키트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밀키트사업이 주목받기 전인 2011년부터 사업을 일궜다.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사업에서 1등을 하느냐다. 경쟁기업인 프레시지가 최근 테이스티나인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면서 마이셰프는 적어도 규모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임 대표는 밀키트사업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으로 기업공개를 노리고 있다.
4일 마이셰프에 따르면 마이셰프는 올해 하반기에 밀키트기업 1호 상장을 목표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이셰프는 2011년 임 대표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설립한 회사다. 2016년 법인사업자로 전환됐다. 이후 식재료 구매와 밀키트 제조, 유통까지 아우르는 밀키트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밀키트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외식을 꺼리는 흐름 속에서 집에서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된 덕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시장 규모는 2020년 1880억 원에서 2025년 725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해마다 약 31%씩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걸림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밀키트 제품은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해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
임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마이셰프는 경기 성남시 성남산업단지에 약 3300㎡(1천 평) 규모 부지를 매입해 스마트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빠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공장이 가동되면 자동화와 효율화를 통해서 밀키트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이셰프는 스마트공장에 MES(제조실행)시스템을 도입하고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밀키트를 구성하는 재료의 손질과 처리 과정, 제조 동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셰프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이 가동되면 전체 공정의 약 80~90%가 자동화로 처리된다”며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인력 효율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매입가 인하 등으로 명확한 수익구조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이 건립되면 밀키트 제품 생산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마이셰프는 기존 성남 공장에서 원료를 입고하고 전처리를 한 뒤에 광주로 재료를 옮겨 완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을 완공하면 이 공장 안에서 모든 제품을 일괄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평균 생산량도 평균 3배, 최대 5배까지 늘어난다. 현재 하루 평균 제품 생산량은 3만 개인데 스마트공장에서는 하루에 평균 10만 개, 최대 16만 개까지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임 대표가 마이셰프의 스마트공장 가동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높이기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마이셰프는 2020년에 이미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대표주관사로 지정해 상장 준비를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는 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공을 들이는 이유도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임 대표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내식 생산·판매업체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가 마이셰프 소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에게 상장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밀키트사업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지만 후발주자인 프레시지에 밀려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지는 2016년에 설립된 밀키트기업이다. 마이셰프보다 5년이나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프레시지의 성장세는 마이셰프를 압도한다.
프레시지는 2021년 10월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잇달아 간편식기업이나 밀키트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밀키트 전문기업으로 매출 기준 2위를 차지하던 테이스티나인까지 인수했다. 밀키트시장의 중심이 프레시지로 쏠리게 된 셈이다. 프레시지는 앞서 간편식기업 '허닭'과 물류업체 '라인물류시스템' 등도 품에 넣었다.
프레시지의 몸집 불리기는 마이셰프와 매출 차이를 더 벌어지게 했다.
프레시지는 2021년에 매출 2천억 원가량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이 800억 원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마이셰프의 매출은 2020년 246억 원에서 지난해 55% 정도 성장한 380억 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임 대표가 마이셰프의 경쟁력을 키워 상장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프레시지와 벌어진 매출 격차를 좁히는 데 일종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