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공인회계사 윤리기준 위반 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받아 어피니티컨소시엄 측과 벌이고 있는 풋옵션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27일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 이모씨 등에 대한 엄중한 제재 조치를 간청하는 진정서를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이들이 주식가치 산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규위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 IMM, 베어링, GIC)이 2018년 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평가기관 업무를 수행했다.

교보생명은 이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및 공인회계사윤리규정 등을 위반해 주식가치를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20년 주주간 분쟁의 원인이 안진회계법인이 과대평가한 주식가치 평가보고서에 있다며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 측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했으며 그 직후인 2021년 2월 교보생명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독립성과 신의성실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공인회계사회 회칙과 윤리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법원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민원을 접수·처리할 수 없다”며 "소송이 종료된 후 증빙자료를 첨부해 다시 민원을 제기하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후 자료 요청이나 추가 검토없이 2021년 9월 '조치 없음'으로 의견을 냈으며 교보생명 측에 통보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생명은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 사이에 주고 받은 문서가 200건 이상 있는데 공인회계사회는 이를 통상적 업무협의로 판단했다"며 "사법당국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은 2021년 11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조사를 성실히 해달라는 취지의 재진정서를 제출했으나 다음달 공인회계사회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재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의 명확한 판단을 받고자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진정을 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회계법인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및 징계 수위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 측 임원 2명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 1심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12월 주요 피고인에 대해 1년에서 1년6개월의 징역과 추징금 약 1억3천만 원을 구형했으며 2월10일에 판결이 선고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