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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27년과 아들의 3년, LG 오너일가가 '미래'를 찾는 방법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2-01-26 11: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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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27년과 아들의 3년, LG 오너일가가 '미래'를 찾는 방법
▲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LG를 반드시 '초우량 LG'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1995년 취임사에서 이렇게 외쳤다. 

구 전 회장은 세계 일류를 꿈꾸면서도 새와 나무를 사랑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존과 상생의 관계'를 추구했다. 이것이 자연사랑과 인간사랑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봤다.

이런 그의 철학은 탄소중립과 관련해 대표적 분야로 꼽히는 배터리사업이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씨앗과 밑거름이 됐다.

LG그룹의 '오래된 미래', 배터리 전문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27일 화려한 조명 속에 상장한다. 구 전 회장의 30년 배터리사업 발자취를 짚어봤다.
아버지의 27년과 아들의 3년, LG 오너일가가 '미래'를 찾는 방법
▲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2002년 자동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전기차 시제품에 탑승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 LG그룹 >
구본무, 미래를 생각하는 경영철학으로 배터리 세계 최고 경쟁력 다져 

구 전 회장은 1991년 LG그룹 부회장으로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해외 출장에 나섰다. 그렇게 나섰던 출장길에서 그는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을 찾았다.

그곳에서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처음 접했다. 건전지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 회장은 '환경과 성장'이라는 2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귀국하면서 2차전지 샘플을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현 LS일렉트릭)에서 연구하도록 했다.

배터리 사업은 뒤에 LG화학으로 이관됐다. 개발은 쉽지 않았다. 시제품이 나오는 데만 5년이 걸렸다. 당시 배터리 강국이었던 일본과는 기술격차가 10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2005년 LG화학은 배터리사업에서 고전하며 2천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보기도 했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애물단지 배터리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구 전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라”고 경영진을 독려했다.

이런 뚝심과 투자는 2013년 처음으로 결실을 본다. 국제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가 꼽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LG화학을 세계 1위로 꼽은 것이다.

구 전 회장의 20년이 넘는 끈질긴 노력으로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갈 미래산업의 토대를 만들게 된 셈이다.

천문학적 손실도 감수하면서 미래사업에 힘을 줬던 구 전 회장은 2018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부자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27년과 아들의 3년, LG 오너일가가 '미래'를 찾는 방법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20년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 LG그룹 >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전략, 배터리 그 이후는 뭘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아버지 구 전 회장의 뒤를 이으면서 아버지가 뿌린 배터리사업 씨앗에 꽃을 피우는 데 집중했다. 주력사업과 미래 성장산업을 위주로 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펼쳤다.

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과감히 결정하고 대신 그룹 역량을 배터리사업에 모았다.

구 회장은 직접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현황과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협력관계를 다지는 등 안정적 수요처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배터리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했다. 

구 회장은 2021년 10월에는 지주사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권영수 부회장에게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자리를 다시 맡겼다. 

권 부회장은 과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서 배터리사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경영자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리콜문제로 뒤숭숭해진 사내 분위를 다잡은 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잠시 멈췄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절차에 속도를 냈다.

권 부회장은 상장을 앞두고 10일 가진 온라인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쌓아온 도전과 혁신역량이 기업공개(IPO)라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100년 미래를 준비하는 첫 걸음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2024년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면서 중국기업과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260조 원)는 최대 라이벌이자 현재 배터리분야 세계1위를 놓고 다투는 중국 CATL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2만2800여개의 특허 및 유럽과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CATL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이 꽃피우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사업을 놓고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최종 2023대1의 경쟁률과 함께 모두 1경5203조 원의 주문자금이 몰렸다. 1경은 1조의 1만배로 경 단위의 주문자금이 모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 일반 청약 증거금은 약 114조600억 원으로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을 떼낸 LG화학은 배터리소재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배터리를 넘어 LG그룹이 앞으로 30년 동안 먹고 살 미래사업를 찾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구 회장은 어떤 씨앗을 뿌려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가꾸어갈 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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