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만 EG 회장(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비선라인’이 튀어 나왔다. 야당이 비선라인으로 ‘만만회’를 지목했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 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박 대통령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고리 권력’이라는 것이다. 이들 비선라인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 등이 추천되고 불처저한 검증이 이뤄진 채 박 대통령이 지명을 하면서 총리 후보자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는 주장이다.
◆ 문창극 추천한 비선라인은 누구인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일 라디오에서 “비선라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만만회라는 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만만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비선라인이 국정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것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역할”이라며 만만회가 청와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효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대체 비선, 최측근라인이 누구냐”며 “보이지 않는 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사람들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국정공백을 막을 수 있다”고 비선라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막후실세에 의한 국정운영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문고리 권력이 계속 유지되면 대통령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 가운데 특히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번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인선한 것도 정씨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박 대통령의 인사에 원로 그룹인 7인회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들이 있었다. 하지만 7인회는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7인회 멤버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7인회가 비선라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은 “7인회는 언론이 만든 용어”라며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은 “대통령이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말해 비선라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박 전 의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공식채널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박 전 의장은 19일에도 “대통령 당선후 7인회 일은 끝났다”며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7인회 멤버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도 “우리가 추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7인회 역할을 부인했다.
◆ 만만회의 주역들은 누구인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관으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왔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박 대통령은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 비서관과 상의하라”고 맡길 정도라고 한다.
이 비서관은 경선과 대선 캠프는 물론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자리잡기까지 박 대통령의 측근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를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될 때 정호성 1부속비서관, 안봉근 2부석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을 잡은 ‘3인방’으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이 비서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이 비서관의 직속부하인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박지만 EG 회장은 잘 알려져 있듯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이다. 박 회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대위로 예편해 육영재단 이사를 지냈다. 이후 삼양산업을 인수해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하고 이름을 EG로 변경해 회장을 맡고 있다.
EG는 전자기기 부품재료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1230억 원의 매출과 63억5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급여 4억7천만 원과 성과급 2억 원 등 6억7천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 회장은 2011년 500억 원대 재산으로 재산순위 336위를 차지했다.
박 회장은 2002년까지 여섯 차례 마약 투여가 적발됐고 이 중 다섯 번 구속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윤회씨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1998년 박 대통령이 대구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정씨는 입법보조원으로 일했는데 실질적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많다. 정씨는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나와 창당한 한국미래연합에서 총재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를 맡기까지 비서실장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정씨와 관계를 “1998년 대구 보궐선거에서 누가 돕기 어려운 상황에 정씨가 돕겠다고 나섰다”며 “입법보조원으로 일하다가 내가 당대표 때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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