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디젤차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비가 좋은 수입 디젤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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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는 수입 디젤차와 경쟁할만한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점이 점유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에 신형 LF소나타, 신차 AG와 신형 제네시스의 디젤차 출시를 검토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기아자동차 역시 하반기에 K5와 K7의 디젤차 출시를 준비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준대형급 디젤차 ‘2015년형 그랜저’를 내놓았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소형차와 SUV에 비해 중형 이상 모델에서 대응할 만한 디젤차가 없어 수입 디젤차의 독주를 지켜봐야 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디젤 세단은 K3(1600cc), 아반떼(1600cc), i30(1600cc) 등 모두 2000cc 이하의 준중형급이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아반떼 디젤은 지난해 12월까지 5468대를 팔았다.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K3 디젤은 한달 동안 433대를 팔았다. 이들 모두 당초 기대만큼 판매실적을 내지 못하며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8월~12월 기준) 4만1362대의 13.21%에 머물렀다.
수입 디젤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입 디젤차 판매는 4만2090대를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42% 증가했다.
특히 수입 디젤차 중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기업들이 판매하는 중형 및 대형 세단은 높은 연비를 앞세워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 베스트셀링카 10개 모델 중 9개 차량이 독일 디젤차다.
수입 디젤차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 동안 지속된 독일 디젤차량의 인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도 국내 수입차시장은 디젤 차량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수입 디젤차에 대한 이런 인기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연비를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경향 때문이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국산 중형 및 대형 세단은 리터 당 10km를 달리는 데 반해 같은 체급의 수입 디젤차는 리터 당 15km를 달릴 수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 디젤차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디젤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디젤차 라인업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 초부터 3대 축으로 하이브리드, 디자인 그리고 디젤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통해 디젤차의 가능성을 봤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가솔린 대비 40% 개선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체 그랜저 판매량의 17%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디젤차가 수입 디젤차와 경쟁에서 힘에 부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아 수입 디젤차와 정면으로 맞붙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차 라인업 확대 계획이 향후 국내 디젤차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대차가 전 승용 라인업에 걸쳐 효율성이 향상된 디젤 세단을 강화한다면 디젤 세단 시장을 둘러싸고 열띤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