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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경영권 상실 위기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6-24 20: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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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경영권 상실 위기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기로에 섰다.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그룹 전체의 현금이 말라가는 와중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재계 서열 18위의 동부그룹이 격량 속에도 들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내놓고 회사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부도를 감수할지 양 갈래 길로 몰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에 대해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동부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화재의 오너 지분마저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은 죽어도 못 내놓는다”고 버티고 있다. 동부화재 지분 마저 내놓으면 동부그룹 경영권은 물론 알짜인 동부의 금융계열사까지 잃게 돼 김 회장은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 무산, 동부그룹 격량 속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24일 무산됐다. 두 매물은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일환으로 내놓은 최대 매물이다. 매각이 성사됐다면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인수 적임자로 꼽혀온 포스코가 손을 들면서 동부그룹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자 개별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매물을 분리해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부제철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더 크다.

동부제철은 당장에 닥쳐올 유동성 위기를 자력으로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에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경우 일정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부그룹은 오는 27일까지 자율협약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날 “지난 23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만나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돌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 입장에서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은 동부그룹 경영권 전반에 대한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사실상 채권단 회사가 되고 경영실패 책임이 있는 오너는 일단 일선에서 빠지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동부제철이 자금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매번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동부화재 지분은 그 가치가 상당할 뿐 아니라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동부그룹 내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는 지배구조 상 분리돼 있다. 제조 계열사들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은 김 회장에게 마지막 보루다. 이 보루조차 이제 위협받는 상황으로 김 회장은 몰리고 있다.

◆ “때려 죽여도 동부화재 지분은 못 내놓는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들과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자 긴급회동을 열어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김준기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 지분 담보제출 요구에 대해 김 회장 쪽에서 때려 죽여도 못한다고 버텼다”고 전했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의 금융지주회사 격이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92.94%), 동부증권(19.92%), 동부캐피탈(10%)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비금융계열사인 동부엘앤에스(100%), 동부제철(4.99%), 동부엔지니어링(1.98%)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동부화재를 장악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13.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2대주주로 6.9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김 회장으로서는 동부화재의 지분을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내놓았다가는 동부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현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빈털털이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대부분은 이미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김 부장 보유 지분 13.29% 중 12.66%가 주식담보로 제공됐다. 김 회장 지분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보유 지분 6.93% 중 6.62%가 주식담보로 잡혀 있다. 그러나 최근 동부화재의 주가가 오르면서 담보 여력이 더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산업은행 등이 동부화재 지분을 지속적으로 담보로 요구하는 것은 향후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동부화재를 팔아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제조 부문을 포기하고 금융 부문만 지키려고 하면 김 회장 일가는 경영 부실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보유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업계 2위 기업으로 지분 100%를 팔면 최대 5조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입장에서 동부화재 매각으로 손쉽게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의 그룹 내 지위나 자금흐름으로 볼 때 오너 일가가 최후의 보루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채권단의 인내심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팔아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경영권 상실 위기  
▲ 김준기(왼쪽) 동부그룹 회장과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

◆ 흔들리는 김준기의 동부그룹 경영권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동부화재 지분에 대해 “담보로 내놓지 않는다고 자율협약이 중단될 것으로 보기 이르다”면서도 “다만 은행 입장에서 김 부장이 김 회장의 특수 관계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협약을 계기로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그간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이 지연된 데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김 회장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동부그룹은 최근 계열사들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길이 전무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CNI, 동부메탈, 동부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이제 김 회장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기댈 곳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밖에 없다.

류 수석부행장은 “제2금융권 여신이 많으면 채권단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 워크아웃으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동부제철 상황은 자율협약으로 가는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에 신용보증기금이 있는데 같은 금융기관이니까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은행의 목표는 기업의 정상화지 누구에게 경영권을 주느냐가 아니다”며 “경영권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김 회장은 동부제철의 경영권은 잃을 가능성이 높다.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오너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일단 물러나는 게 그동안의 관례다.  

문제는 김 회장에 대한 경영 책임이 동부제철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동부제철 외에도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자율협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은 도미노처럼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동부그룹 계열사

김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율협약을 고려하고 나선 이유는 그만큼 동부그룹의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동부제철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회사는 당장 다음달 5일 700억 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를 포함해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모두 1100억 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과 담보대출액은 각각 6천억 원과 2조 원이 넘는다. 반면 동부제철의 현금성 자산은 359억 원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계열사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의 경우 잔여만기 1년 이하인 회사채 규모가 1300억 원, 단기차입금 규모가 369억 원이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은 17억 원 상당으로 단기차입금 대비 22%에 불과해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동부메탈의 경우 잔여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 규모는 1100억 원, 단기차입금 규모는 1509억 원이다. 반면 현금성 자산 규모는 130억 원 가량으로 단기차입금 대비 12% 밖에 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부채비율이 395%에 달해 사실상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동부하이텍은 부채비율이 473%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차입금 규모는 3861억 원인데 반해 현금성 자산 규모는 329억 원에 불과하다. 현금성 자산 규모가 단기차입금 대비 12% 밖에 되지 않다.

동부건설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동부건설의 경우 잔여만기가 90일 이하인 기업어음이 470억 원, 잔여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 규모가 1999억7400만 원이다. 유동성 차입금 및 사채 규모도 9102억9751만 원이지만, 현금성자산 441억8048만 원에 불과하다. 또 부채비율이 656%나 된다.

특히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는 오는 9월 부도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회사는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의 대주주로 두 회사가 부도처리될 경우 다른 계열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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