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숙 커리어케어 경영기획실 인재기획팀 팀장. |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늘 등장하는 격언이다.
그런데 결코 과장됐거나 틀린 말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다. 코로나19 시국인데도 기업들의 인재를 향한 관심과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헤드헌팅시장이 활황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은 위기극복을 위해,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들은 기회포착을 위해 인재를 찾고 있다.
헤드헌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인재기획팀장 조민숙 수석을 만나 헤드헌터 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 수석은 "기업들의 인재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인재를 발굴하고 평가하고 검증하는 헤드헌터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
- 최근 채용시장의 트렌드는 어떤가?
조 수석 : 기업에서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기존사업의 방향을 바꿀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이것을 진두지휘할 임원급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비대면 분야의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헤드헌팅회사에서도 디지털 분야를 담당할 전문 컨설턴트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 헤드헌터는 어떻게 일하나?
조 수석 : 헤드헌터는 기업과 후보자 양쪽을 상대한다. 기업으로부터 인재 추천을 의뢰받으면 기업의 경영상황,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 기업문화, 인재상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게 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하게 되는데 헤드헌팅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재 데이터베이스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리어케어는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업데이트해 현재 42만 정도의 고급인재 정보가 축적돼 있다. 헤드헌터들은 이밖에도 채용포털이나 언론기사를 검색하고 네트워크를 가동해 적합한 후보자를 발굴한다. 이렇게 발굴한 인재를 인터뷰하고 평판조회로 검증해서 최적의 인재를 기업에 추천하게 된다. 헤드헌터는 기업과 사람 양쪽 모두를 잘 알아야 한다.
- 어떤 업무 경험을 가진 사람이 헤드헌터에 적합한가?
조 수석 : 산업과 기업, 직무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경험은 특정한 분야에서 일정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헤드헌터가 담당하는 산업과 기업, 직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업무경험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고객기업과 후보자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기업과 후보자의 이해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헤드헌터는 판단력 못지 않게 설득력 같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매우 강하게 요구되는 직업이다.
- 현업경력이 없어도 헤드헌터를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조 수석 : 맞다. 기업에서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없어도 헤드헌터를 할 수 있다. 커리어케어 컨설턴트의 상당수는 헤드헌팅이나 인사(HR) 분야의 경력자 출신이 아니다. 기업에서 기획이나 재무, 마케팅, 영업업무를 했던 헤드헌터들도 적지 않다. 엔지니어나 연구원, 개발자 출신들도 있다. 최근에는 기술분야의 인재 추천 요청이 크게 늘고 있어 이공계 출신 헤드헌터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직장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지원이 가능하다. 커리어케어는 헤드헌터로 성장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 학력이 좋고 직장경험도 갖고 있지만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조 수석 : 굳이 여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여성이든 남성이든 판단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헤드헌팅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물론 헤드헌팅회사에서 전문 헤드헌터로 안착하고 성장해 가는 게 쉽지는 않다. 헤드헌터로 성장하려면 상당한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기다양한 산업과 기업, 그리고 직무를 이해하지 못 하면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헤드헌터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헤드헌터 경력 10년이면 상당히 수준 높은 식견을 갖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 헤드헌터를 꿈꾼다면 긴 안목으로 장기투자를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 어떤 헤드헌터를 찾고 있나
조 수석 :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새로운 분야나 사람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헤드헌터가 자유로운 프리랜서라는 인식이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다. 헤드헌터는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의 인재추천 요청에 정해진 시간 안에 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직업보다 강한 몰입이 요구된다. 자격증이 없다는 점을 빼곤 변호사나 회계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같은 수준의 높은 책임감과 지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보상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도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권할만한 직업이다.
- 지원자들이 많겠다
조 수석 :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적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십 명씩 후보자들을 검토하지만 면접으로 이어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원자들에게 3~4차례 면접과 인성검사 평판조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커리어케어 헤드헌터 되기가 그렇게 어렵나요'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커리어케어에는 이미 100여 명의 전문 헤드헌터가 있는데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헤드헌터를 찾는 일은 헤드헌터들이 인재를 찾는 일 못지 않게 까다롭고 난해하기 조차 하다. 그러나 헤드헌터는 고객과 최일선 접점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헤드헌팅회사의 성과는 물론이고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까다롭게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헤드헌터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조 수석 : 헤드헌팅은 글로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굳건히 자리 잡은 전문 분야다.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원하는 인재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이런 인재를 발굴해 기업에 추천해야 하니 전문적 식견과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인재전문가로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만큼 의미도 있고 전망도 밝다. 보상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도전을 즐긴다면 권하고 싶은 직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