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을 사랑하는 학자 겸 유튜버 겸 저술가.”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천 교수가 창업한 마이크로바이옴기업 천랩의 새 이름이다. 올해 초 CJ그룹 바이오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다시 출범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를 ‘글로벌 넘버원 마이크로바이옴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한 천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 교수와 CEO ‘투잡’ 뛰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천 대표는 미생물학을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학자의 명성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는 논문 피인용 횟수다. 논문 피인용 횟수는 다른 연구자들이 그 학자의 연구결과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준다.
2021년 11월 미국 학술정보데이터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는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선정했다. 최근 11년 동안 각 분야에서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상위 1% 안에 든 논문이 기준이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6602명이 선정됐는데 국내 연구자는 47명뿐이었다. 천 대표는 그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 펴낸 세균 분류학 논문 등 230여 편을 발표해 모두 3만 회 이상의 피인용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역량이 높은 학자인 만큼 국내 최고 학문기관인 서울대에 오랜 기간 몸담았다. 2000년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조교수로 부임한 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교수로 일했다.
서울대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이용해 미생물학과 생물정보학의 접합점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직접 발로 뛰거나 학생들을 파견했다. 천 대표 연구팀이 2004년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새로운 세균 2종을 발견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천 대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에만 만족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만 연구개발을 하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가 더뎠다. 연구를 통해 사회에 효과적으로 공헌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직접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특히 그의 전문인 미생물은 사회를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을 지닌 분야였다.
▲ 천종식 천랩 대표가 2019년 9월 열린 서울대동문창업네트워크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대동문창업네트워크> |
천 대표는 2009년 5월 저널 과학과기술 기고문에서 “항생제나 면역억제제, 의약품과 같이 인류에게 중요한 수많은 물질이 바로 미생물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미생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류에게는 발견되길 기다리는 보물창고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1월 서울대 컴퓨터연구소에서 벤처기업 ‘천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천연구소는 2012년 천랩으로 이름을 바꿨다.
천랩은 미생물을 이용한 진단서비스, 맞춤형 식생활 관리서비스 등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2021년 기준으로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CLP105 등을 보유했다. 또 회사 매출은 2015년 29억 원에서 2020년 53억 원으로 확대돼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다만 서울대 교수와 CEO 겸업은 몸이 2개라도 모자란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교수평가사이트 김박사넷에는 천 대표의 연구실에 관해 “교수님께서 매우 바쁘셔서 회사와 연구실을 오가시는 것 때문에 연구 지도의 빈도가 다소 낮기는 하지만 촌철살인같은 지도를 해주신다”는 평이 올라와 있다.
◆ 천종식,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유튜버 겸 저술가
천 대표는 교수 겸 CEO로 활동할뿐 아니라 방송과 저술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해 알리는 데도 힘썼다.
먼저 방송 쪽을 보면 여러 TV 채널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눈에 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KBS ‘생로병사의 비밀’, SBS ‘SBS 스페셜’ 등에 출연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따로 열기도 했다. 2021년 6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 ‘마이크로바이옴 클라스’가 그것이다.
지금도 채널을 방문하면 천 대표가 영상에 직접 출연해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전문지식을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강식단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도 채널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 천종식 천랩 대표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마이크로바이옴 클라스 갈무리> |
저술가로서의 활동도 적극적이다. 특히 전공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도록 글을 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5년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을 썼고 2010년에는 ‘미생물은 힘이 세다’를 펴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책 모두 어려운 전공서적과 거리가 멀다. 심지어 ‘미생물은 힘이 세다’는 어린이용이다.
천 대표가 2018년부터 카카오의 블로그 서비스 브런치를 통해 게재한 ‘1억 년 전 미생물이 살아나다?’, ‘술 한 방울 먹지 않고도 음주 단속에 걸릴 수 있을까?’ 등의 글들도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이 보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천 대표는 이밖에 다양한 미생물 관련 서적의 공동저술 및 감수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생물학자인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는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에 관한 서평에서 “보통 연구를 잘하는 사람들은 말재주, 글재주가 떨어진다는데 천 교수는 양수겸장이다”며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한 흔적을 발견한다”고 평가했다.
◆ 천랩 CJ바이오사이언스로 재탄생, 천종식이 이끈다
▲ (왼쪽부터)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이 4일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CJ제일제당 > |
이처럼 다양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천 대표는 앞으로 당분간은 CEO 역할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천랩은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서 그리고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천랩은 2019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1년 7월 CJ제일제당의 품에 안겼다. CJ제일제당과 신약개발 연구 협력을 발표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을 인수한 뒤 자체 레드바이오(제약바이오)사업을 천랩에 넘겼다. 동시에 천랩 간판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꿔 달며 명실상부한 CJ그룹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내세웠다.
천 대표는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과 함께 교수직을 내려놨다. CJ바이오사이언스를 ‘글로벌 넘버원 마이크로바이옴기업’으로 키우는 데 온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4일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와 예방 분야의 위대한 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며 “2025년까지 후보물질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넘버원 마이크로바이옴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은 CJ바이오사이언스에 기대를 걸고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등 웰니스(Wellness)를 포함한 4대 성장엔진에 향후 3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가인 천 대표가 CJ그룹과 손잡고 야심찬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2022년 주목 CEO]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그래도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세상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2022년은 초대형 정치이벤트인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경영계도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한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인물은 누가 있는지, 이들 중 과연 누가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우리는 이 사람을 주목한다. [편집자주]
9.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10.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11.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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