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마이데이터 사업이 5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새로운 시장에서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부풀고 있다.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 전통금융권은 물론이고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내놓거나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시대에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금융사가 아닌 쿠콘이다.
데이터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많이 제공하고 있는 전문기업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3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마이데이터 시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며 "사실 마이데이터는 앞으로 나아갈 데이터사업의 시작이며 빅데이터까지 영역을 확장해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쿠콘은 금융사, 빅테크, 핀테크 등 디지털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에게 표준화된 형태로 데이터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모아서 쓰기 편한 형태로 만든 뒤 필요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면 쿠콘이 할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의 동의하에 데이터 수집을 허용해 주기 때문에 각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광범위한 범위와 이를 가공한 새로운 데이터 창출 등을 생각해보면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이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에서 시작됐지만 앞으로 의료, 유통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데이터 전문기업인 쿠콘을 원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쿠콘은 네이버, 카카오페이, 토스, 국민은행, 신한카드 등 금융사 및 공공기관 1600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국내 500개 기관과 해외 40개 국가 2천여 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김 대표가 쿠콘의 장기 성장성에도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종데이터 간 결합을 할 수 있게 허용된 기관이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간 결합을 통한 빅데이터까지 데이터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쿠콘이 데이터 전문기업으로서 역량을 선보일 첫 해의 행보가 주목된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 2022년 마이데이터 시장 전망은?
"2021년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올해 1월5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고 데이터 수집 기관 늘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서비스 안정성도 좀 떨어지고 수익모델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도 전체 약 500곳 가운데 120곳 정도로 추산된다.
하반기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수익모델로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출비교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에도 서비스 거래량이 많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 상품의 유통이 주요한 수익모델이다. 보험과 신용카드, 예적금, 펀드 유통 등도 하반기에는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 쿠콘이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쿠콘은 페이먼츠 사업과 데이터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페이먼츠와 데이터 사업의 매출 비중은 6:4 정도다.
"올해 쿠콘의 페이먼츠 사업과 데이터 사업의 매출 비중은 5:5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쿠콘의 데이터 사업 정체성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마이데이터 선도기업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데이터 사업 중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분야에 집중하겠다.
쿠콘은 B2B(기업 대상 사업)기업이라 마이데이터 서비스 만들고 개인고객 늘리는 것은 사업전략이 아니다. 쿠콘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못받은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할 수 있게 하는 마이데이터 제휴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선스를 받은 곳은 이제 50곳 남짓이다. 금융기관은 500곳에 이르는데 라이선스를 안받으려는 곳도 많다.
라이선스를 안받으려는 금융사들도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필요로 한다. 쿠콘은 이런 회사들에게 마이데이터 제휴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쿠콘은 지난해 BNK금융그룹과 삼성카드, 핀테크기업 등 10곳에 마이데이터 제휴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마이데이터 제휴 서비스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 데이터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데이터가 있는가?
"당장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데이터는 금융, 공공 데이터다.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와 유통 데이터다.
의료, 유통 데이터는 아직까지 많이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마이데이터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려는 준비도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쯤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민간에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이종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기관이다.
예를 들어 금융 데이터하고 통신 데이터를 결합해서 의미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공공기관 성격을 지닌 곳만 할 수 있는 데이터 사업인데 이 부분을 민간에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받은 회사들은 데이터를 결합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 수 있어 새로운 의미의 빅데이터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쿠콘은 올해 상반기에 라이선스를 받고 하반기에 모델링 과정을 거쳐 2023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장기적으로 쿠콘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페이먼츠 사업은 줄여나가는 건지?
"아니다. 자연스럽게 데이터 사업이 늘며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 뿐이다.
페이먼츠 사업과 데이터 사업을 동시에 하는 것은 쿠폰의 장점이기도 하다. 데이터 사업에서 쿠콘이 시장 내 독보적 지위를 지니고 있지만 페이먼츠 사업은 시장 내 경쟁자가 많다.
페이먼츠 서비스는 보통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하며 가장 먼저 준비하는 서비스다. 그 다음에 마이데이터 사업 등 개인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한다.
쿠콘은 두 가지 사업을 모두 하고 있어 일련의 과정들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어 강점이 있다."
-올해 실적 목표치가 있는지?
"데이터 사업 성장세를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해 매출은 20~25%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영업이익도 30~35% 정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쿠콘 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구조다. 데이터 사업은 특성상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데이터 거래량만 늘어나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2006년부터 쿠콘의 대표이사를 맡아 16년째 데이터 한우물을 파고 있는 데이터사업 전문가다.
김 대표는 동남은행, 한국주택은행에서 근무하다 2000년에 웹케시에 입사했다.
웹케시 부설연구소 소장으로 핵심기술 개발과 연구에 주력해오다 쿠콘이 설립되고 한 달 뒤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쿠콘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