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소액주주연합회가 11일 서울시 강남에 있는 포스코센터에서 물적분할 기반의 지주사 전환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공매도는 환매수라도 있지만 물적분할은 구조대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김우진 포스코 소액주주연합회 운영자는 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물적분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 지주사 전환 반대'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정 기업 주식을 놓고 공매도가 늘어나더라도 빌려 판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야 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라갈 수 있지만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기업가치가 높아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영하 11도의 추운 날씨에도 포스코 소액주주연합회 관계자를 비롯해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 관계자, 포스코 현장 노동자 등이 모여 물적분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전달했다.
포스코는 앞서 2021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전환 안건을 의결했다.
물적분할 기반의 지주사전환은 1월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전체 주식 가운데 70%가량이 소액주주여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에선 회사가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강업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신성장사업의 가치를 인정 받으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포스코 소액주주연합회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집회에서 물적분할이 결코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없으며 오히려 주주평등권을 침해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 포스코 비용 안 드는 물적분할 선택 vs 소액주주 "주주가치 목적이라면 인적분할 해야"
포스코 소액주주들과 회사 사이에 가장 입장 차이가 큰 지점은 기업분할 방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방식으로 철강사업을 쪼개고 기존 투자회사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물적분할이란 신설회사 지분 100%를 존속회사가 보유하는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진행하면 기업 입장에선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명분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꼽았다면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수평적으로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이라 기존 주주들은 존속 지주회사와 신설 사업자회사 지분을 모두 소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분할 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매수하면 주주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물적분할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소액주주들은 바라보고 있다.
◆ 포스코 "철강 자회사 상장 안 한다" vs 소액주주 "믿기 어렵다"
포스코는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철강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소액주주들은 포스코가 물적분할된 뒤 철강 자회사가 기업공개에 나서면 지주사의 가치가 떨어져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특별결의 조건 추가 등 정관 변경 등을 통해 신설 철강사업 자회사뿐 아니라 앞으로 신성장사업과 관련한 자회사들의 상장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소액주주들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가 '오너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지금 내놓는 약속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연합회는 “포스코는 물적분할 후 사업자회사 지분을 상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이사회 결정으로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연합회가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과연 다음 경영진이 전 경영진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가”라고 되묻는 이유다.
포스코 회장은 3년 임기에 1번 연임할 수 있다. 현재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 2024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다.
◆ 포스코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철강업 이미지 탈피" vs 소액주주 "사명 변경이 더 효과적"
포스코가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또다른 이유로 '철강업 이미지 탈피'가 꼽힌다.
포스코가 2020년부터 2차전지소재와 지난해 수소 등 친환경 소재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주력사업 철강업 이미지가 강한 탓에 이들 신사업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1월 주주서한을 통해 “새로운 성장사업 분야에서 진척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2007년 최고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저평가 되어있다”며 “회사의 경영 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철강과 신사업 사이 균형성장이 가속화되고 사업 정체성 또한 철강에서 친환경 소재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성장주로서 노력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소액주주들은 철강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오히려 회사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액주주연합회는 “철강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는 사명 변경을 하면 되고 신성장 신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싶으면 회사 안에 신사업 발굴 전담팀과 TF 조직을 구성하면 된다”며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원했다면 인적분할을 결정해야 하지 물적분할 결정은 그 어떤 사유에도 해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
▲ 포스코 센터 앞에 있는 '위드 포스코' 조형물.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