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작전 세력입니다. 10월 수익률 300%, 11월에는 420% 수익률을 냈습니다. 이 문자를 끝까지 읽어보신다면 마이너스뿐인 회원님의 계좌가 플러스로 바뀔 겁니다.”
한 주식리딩방(불법 금융투자업체)에서 보낸 문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문자에 속는 게 바보 아니냐?”라고 반응하겠지만 실제로 최근 새롭게 투자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리딩방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어느 기업에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하는 점을 불법업체들이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이 2019년 말 27조 원에서 2021년 3분기 기준 68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는 같은 기간 2900만 개에서 5200만 개로 늘었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한 주식리딩방 관련 민원·피해는 같은 기간 1138건에서 231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는 2022년 1월부터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원을 기존 16명에서 31명으로 확대하고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도 특사경을 신설했다.
특사경은 그동안 금융감독원 본원에 10명과 서울남부지검에 6명(금융위 소속 1명, 금감원 소속 5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021년 12월30일 특사경 확대를 두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서 효율적으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금감원의 역할도 강화하고 금융위 기능도 강화하는 쪽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특사경은 지본시장 범죄와 관련해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
검찰이 배정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자체적으로 내사를 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 범죄는 혐의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인지수사를 신중히 행사하기 위해 금융위 특사경으로 권한을 한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도의 특사경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그 많은 불법행위들을 잡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인지수사 권한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직원 7명에게만 부여돼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공무원 조직이 아닌 만큼 인지수사권을 배정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 특사경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는 인원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특사경이 아닌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과 특별조사국은 현재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자료 압류권)이 없어서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나 하드디스크를 강제로 가져올 수 없다.
이 때문에 혐의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관련 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제출하지 않는 이상 주식리딩방 등 피해사례와 관련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작전세력이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해 투자자들을 속여도 금감원은 이들의 휴대전화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자본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조사하는 주체가 분산돼 있는 점도 문제다.
자본시장 범죄에 관한 수사 주체가 여전히 금융위, 금감원, 검찰, 경찰 등으로 분산돼 있어 업무가 중첩되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조사당국에 아직 민사제소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민사제소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을 전액 회수하고 추가로 민사제재금을 걷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반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불법행위를 적발한 뒤 검찰에서 기소해 형사재판으로 범행이 입증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 민사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해야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