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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언제쯤 SK그룹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최 부회장은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며 SK그룹으로 돌아갈 날을 꼽고 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만기 전에 출소할지는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최 부회장보다 먼저 나온 최태원 회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 가석방 요건 채운 최재원, 만기까지 기다리나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올해 10월 형기가 만료된다. 가석방이나 사면을 받지 못할 경우 앞으로 반년 더 옥중생활을 해야 한다.
최 부회장은 2013년 9월27일 횡령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구속돼 수사를 받은 기간을 포함하면 형기의 85%를 채웠다. 실질적 가석방 심사기준인 형기의 70%도 넘어섰다.
최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 기념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최태원 회장은 사면과 동시에 복권돼 그룹 경영에 복귀했고 지난달 지주사 SK의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최태원 회장이 사면될 때 최 부회장도 함께 사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 부회장은 현재 수감지인 강릉교도소에서 모범적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의료분야 노역에 참여해 중증환자 간병과 목욕 등 재소자들이 기피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했다.
최 부회장은 이런 성실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수형등급이 S2에서 S1으로 올랐다. S1은 개방처우 급으로 모범수에게 부여되는 최고등급이다. 등급과 수감 기간 모두 가석방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성탄절 최 부회장의 가석방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국 가석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를 넘겨 삼일절에도 가석방 명단에 최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최 부회장 등 기업인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계에서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형집행률이라는 객관적 요건을 충족했는데 가석방되지 않는 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에게 남은 가석방 기회는 오는 5월 석가탄신일과 8월 광복절 정도다. 석가탄신일이면 형기의 90%에 근접하게 되는 상황이라 가석방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해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도 탄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를 내걸고 재벌총수의 가석방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최재원, SK그룹 오너경영의 빈자리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사면 이후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주사 SK의 등기이사에 복귀하면서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다음 달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하는 등 활발한 글로벌 경영행보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19년 만에 SK그룹의 모태기업인 SK네트웍스에 복귀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SK케미칼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SK그룹에서 오너일가의 책임경영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최재원 부회장뿐이다. 최 부회장이 돌아오면 SK그룹의 오너경영체제는 완성된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가장 화려한 학력을 자랑한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물리학과와 스탠퍼드대학원 재료공학과를 나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에서 일본계 증권사인 야마이치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어 재무역량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배경 속에 일찍부터 SK그룹 전략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 부회장이 거친 계열사만 해도 SK, SK텔레콤, SK가스, SKE&S, SK네트웍스, SKC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최 부회장은 SK그룹에서 전방위로 활약했다.
특히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글로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SK그룹의 해외사업을 주도했고 인수합병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을 쏟았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출소 뒤 해외에서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인수합병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최 부회장이 SK그룹 경영에 합류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이 SK그룹 경영에 복귀할 경우 역할도 주목된다. 최 부회장은 구속수감되기 전까지 SKE&S 대표이사와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SK네트웍스는 최근 최신원 회장이 복귀해 경영을 이끌고 있다.
남은 곳은 SKE&S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신에너지사업을 전담할 에너지신산업추진단을 꾸렸다. SKE&S는 신에너지사업에서 중점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유정준 SKE&S 사장이 추진단장을 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 부회장이 SK그룹 경영에 복귀할 경우 SKE&S를 중심으로 SK그룹의 신에너지사업 확대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최 부회장은 SKE&S 재직 당시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투자, 집단에너지사업권 확보, 고덕 복합화력발전소 건립 등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맡을 수도 있다. 최 부회장은 과거 SK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분리막 기술 개발, 서산 배터리 공장 준공 등을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동안 배터리 부문에서 주춤했으나 최근 공장증설과 인수합병 추진 등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