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납작만두, 속초 오징어순대, 부산 깡통시장 유부주머니, 서울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재래시장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지역 명물 먹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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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재래시장의 ‘먹자골목’을 이마트에 들이고 있다. 재래시장과 상생이라고 하지만 일부에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이후 매출이 줄자 잘 되는 재래시장 아이템만 통째로 영입해 재래시장의 공동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는 23일 올해 안에 300억 원을 투입해 66개 점포를 리뉴얼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전체 148개 매장 가운데 절반 정도를 리뉴얼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마트는 이를 통해 평균 매출성장률이 3%포인트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66개 매장을 리뉴얼 중이고 대형비품도 교체했다”며 “신규출점이 어렵고 의무휴무제로 매출이 꺾여서 매장 리뉴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뉴얼은 효율이 낮은 계산대나 비효율적 동선을 매대공간으로 바꿔 영업면적을 넓히는 쪽으로 추진된다. 이렇게 리뉴얼한 매장공간 안에 전국의 재래시장 먹거리를 선보이는 코너를 크게 키우고 있다.
대구 납작만두, 속초 오징어순대, 부산 깡통시장 유부주머니, 서울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등 전국 각지의 다양한 명물 먹거리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에 ‘유명맛집 행사’라는 이름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마트가 이처럼 재래시장 먹거리 판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른바 '분수효과' 때문이다. 고객에게 신선한 미각 경험을 주면서 매장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만큼 다른 상품 구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마트 수원점에서 유명맛집 행사를 열자 전체 쇼핑고객수가 7%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이마트 직원들은 최근 전국 각지를 돌며 유명맛집을 손수 찾아다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푸드코트를 단순히 임대업체로 인식했다면 이제 상품기획자가 직접 메뉴를 제안하고 관리하는 상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마트의 재래시장 먹거리 판매는 정용진 부회장의 ‘돌격형’ 경영스타일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어려워도 미래먹거리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며 “그룹 경영의 새 판을 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트가 매장 리뉴얼을 앞세워 재래시장 먹거리를 공략하는 데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마트는 재래시장과 상생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마트 홍보팀은 “재래시장 사람들도 사업과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수수료도 10% 정도 싼 편이고 입점조건도 재래시장 골목상권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장사를 잘 하는 몇 업체가 유인하던 전통시장 고객들이 빠져나가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이 공동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래시장에만 있는 먹거리들이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 재래시장만의 차별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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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유명맛집 행사를 진행한 왕십리 이마트점(왼쪽)과 재래시장에 위치한 맛집(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