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MZ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한층 수월해질 뿐 아니라 메타버스 등 미래 디지털 환경에 맞춘 사업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과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가 12월9일 넥슨코리아 사옥 옥상에 마련된 카트라이더 트랙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BC카드가 20일 각각 게임회사인 넥슨, 스마일게이트RPG와 손을 잡으면서 카드사와 게임회사 사이 시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게임 이용에 특화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내놓는 것 말고도 게임회사와 중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와 BC카드는 우선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게임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BC카드는 스마일게이트RPG와 함께 로스트아크 전용 신용카드를 통해 축적한 결제 데이터와 게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게임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카드도 비슷하다. 현대카드는 결제 데이터와 게임을 통해 확보한 넥슨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회사와 협력 관계는 향후 메타버스와 관련한 카드사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20일 넥슨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 “게임은 최근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공간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의 협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도 꼽고 있는데 게임회사는 게임을 통해 이와 비슷한 소비행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RPG의 PC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를 예로 들면 이용자들은 게임 속 캐릭터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재료 아이템, 캐릭터의 외형을 꾸미는데 필요한 아이템, 게임 플레이에 재미를 더하는 특수효과 관련 상품 등이 필요할 때마다 게임 속 상점에서 이를 구입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로 메타버스 등이 MZ세대 소비문화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메타버스 진출을 서두르는 카드사도 적지 않다.
하나카드는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야외콘서트장, 캠핑장 등 가상공간으로 구성된 ‘하나카드 월드’를 선보였으며 신한카드는 제페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대 전용 선불카드를 만들고 이들에게 맞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정금리 인하 등으로 기존 사업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운 이익 기반을 다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 간편결제를 앞세우는 빅테크 및 핀테크기업들이 기존 카드사가 누려왔던 사업영역까지 파고들어와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카드사들은 결제내역과 과거 소비이력의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데이터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게임회사 역시 사용자들의 결제 데이터 등을 들고 있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게임회사는 미래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MZ세대의 활동 데이터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게임 등의 확장과 발전을 통해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생활과 문화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강점도 지니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1%에서 2030년 5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은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14일 열린 ‘여전사 디지털 리스트럭처링’ 포럼에서 “내년에는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고 메타버스가 금융권에도 본격 도입된다”며 “(카드업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디지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