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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에서 독주체제를 지켜낼까?
삼성전자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점유율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력에서도 경쟁사보다 월등하게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D램 업황의 부진이 깊어지자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앞다퉈 낸드플래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며 삼성전자 추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서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지배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 낸드플래시 지배력 최고조, 공급처 확대 노려
15일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40.2%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점유율이 35.3%인 점을 감안하면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일본 도시바 등 주요 경쟁사보다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3D낸드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확실하게 선도하고 있다"며 "메모리를 집적하는 기술력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은 IT기기의 수요둔화로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점유율 싸움을 벌이면서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소자를 3차원으로 쌓는 3D낸드 기술을 앞세워 메모리반도체의 가격하락에 따른 타격을 방어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3D낸드의 양산을 올해 초 시작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하반기로 양산 일정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낸드플래시분야의 기술력에서 경쟁사들보다 수년 이상 앞서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16테라바이트급 SSD를 공개하는 등 SSD분야에서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으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기남 사장은 세계적인 반도체업황의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으로 삼성전자를 시장에서 차별화해야 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개선에 해마다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이 반도체임을 거듭 확인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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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로 생산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
삼성전자를 놓고 볼 때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경우 갈수록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만큼 반도체부문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반도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는 아직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메모리반도체가 든든하게 버텨줘야 한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의 적용처를 PC와 모바일기기에 이어 고성능 반도체가 요구되는 서버용 SSD와 자동차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향후 고성능 가상현실기기 등 새 IT기기의 보급이 늘면 낸드플래시의 수요도 자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용량이 높은 동영상과 게임 등 고화질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청신호다. 애플과 샤오미 등이 출시하는 모바일기기의 최대 용량도 128기가로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SSD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향후 차세대 반도체 탑재 기기가 늘어나는 만큼 덩달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D램 업황 부진에 3D낸드 경쟁 본격화
세계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이 3D낸드 기술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은 김 사장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지배력을 지켜내는 데 잠재적인 위협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은 삼성전자를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 반도체 생산시설과 기술력 확보에 협력하며 연합군을 형성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샌디스크와 이전부터 3D낸드 개발과 생산에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 모두 4천억 엔을 투자해 일본에 낸드플래시공장을 신규로 증설하기로 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바는 기존 주력사업인 가전제품과 의료기기사업 등이 부진하자 모두 매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3D낸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샌디스크 역시 낸드플래시분야에 일찍 진출해 위협적인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의 낸드플래시 점유율 총합은 삼성전자를 웃돌고 있어 두 업체의 협력이 향후 확대되면 삼성전자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D램을 주력으로 하던 미국 마이크론도 D램업황이 빠르게 악화하자 3D낸드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구조를 빠르게 바꿔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협력해 고성능 SSD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로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올리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목표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업황 악화가 깊어지며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3D낸드 기술개발에 매년 수조 원대의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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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의 차량용 낸드플래시 제품. |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도시바가 매년 수조 원대에 이르는 3D낸드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협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두 업체가 마이크론과 인텔의 연합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을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3D낸드시장에서 대형 반도체기업들이 연합을 맺어 몸집을 키우고 기술력에서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런 공세를 홀로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적 우위는 당분간 경쟁사들에 우위를 점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인텔과 도시바 등 대기업이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기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D램 가격의 하락으로 악화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익성을 시스템반도체로 만회할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낸드플래시에서 시장지배력을 한치도 양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지속돼 가격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중요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3D낸드에서 경쟁사에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기술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