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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더불어민주당 123명, 새누리당 122명, 국민의당 38명.'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서는 파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분열 구도 속에 100석도 채우기 힘들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물론이고 영남권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를 당했지만 '호남당' 색채를 벗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심판론과 문재인 전 대표의 정권심판론이 주효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과 새누리당의 공천파동 등으로 이반한 민심이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다.
김종인 대표는 107석을 더불어민주당의 목표 의석수로 내걸며 주사위를 던졌는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당내 입지를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을 잠재우며 김 대표 체제 중심의 지도부를 이끄는 막강한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김종인 대표는 14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붕괴”라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문제는 경제’였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 야당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크게 밀리면서 향후 진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 전 대표는 선거유세 막판 호남을 두 차례 방문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에서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순천과 전주에서 사죄의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읍소는 광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국민의당에 전패하는 등 결과적으로 호남 민심을 돌리는 데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까지 내걸었던 만큼 대권가도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문 전 대표의 공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 전 대표는 비록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하긴 했으나 수도권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압승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인 대표도 “문 전 대표께서도 고군분투하며 수고하셨다”며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고맙다”고 치하했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고 전권을 실어줬고 결과적으로 선전을 펼쳤다. 특히 표창원(경기 용인정), 손혜원(서울 마포을), 김병관(성남 분당갑) 후보 등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서울 종로의 경우 정세균 후보가 여권 ‘잠룡’으로 꼽혀온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했다. 여당 텃밭인 강남을에서는 전현희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용산구에서도 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에 앞서는 등 경합지역으로 불렸던 선거구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김부겸 후보가 ‘적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새누리당 거물급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큰 표 차이로 꺾고 당선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읽힌다. 지역주의의 틀을 깼다는 상징적 의미가 큰 데다 전국 정당으로서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뿐 아니라 영남 전체를 통틀어 모두 9명의 당선인을 냈다. 부산에서 김영춘(진갑), 박재호(남을),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김해영(연제), 경남에서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서형수(양산을) 등이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호남당' 공식을 깨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지역주의 타파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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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분당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앞서는 의석수를 확보하며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는 집권 말기에 이른 박근혜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선 압승을 계기로 당내 결집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또 수권 야당이자 경제정당으로서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차기 대선까지 정권교체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남지역의 민심이반은 더불어민주당에 고민거리로 남게 됐다. 한편으로 지역정당이란 한계를 떨쳐버릴 수 있게 됐지만 향후 대권을 고려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국민의당과 야권 내부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믿고 찍어주는' 호남을 잃은 만큼 향후 국민의 매서운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힘을 실어줬는데도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할 경우 민심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도 13일 투표가 끝난 뒤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호남지역의 국민의당 우세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새롭게 호남 민심을 바로 잡을 것이냐는 것을 당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학 관계에도 눈길이 쏠린다. 문 전 대표는 당 내분사태가 절정에 이른 1월 당권을 모두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이번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존재감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야권후보 1순위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당권 경쟁에 직접 뛰어들어 '비상대책위원회' 꼬리표를 떼고 대표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까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김종인 대표가 당내 구심점으로 등장해 앞으로 문 전 대표의 '킹 메이커'로 행보를 할지, 혹은 새로운 대권 후보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과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기존 친노세력 사이의 계파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