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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의사결정에 민첩함을 강제하다, HQ는 BU와 뭐가 다른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11-26 14: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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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도입한 주요 사업군의 HQ(헤드쿼터)체제는 신속한 의사결정구조 확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

5년 가까이 유지해온 BU(비즈니스 유닛)체제를 폐지하고 HQ체제를 꺼낸 것은 각 사업군을 이끄는 총괄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테니 의사결정에 더 속도를 내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롯데 의사결정에 민첩함을 강제하다, HQ는 BU와 뭐가 다른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이 경영의 비효율적 요소를 걷어내 롯데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유통과 식품, 호텔, 화학 등 주요 4개 사업군에 도입하기로 한 HQ체제는 기존 BU체제보다 실행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HQ체제의 핵심은 각 사업군에 흩어진 경영의 주요 기능을 한 곳에 통합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기존 BU체제를 운영하면서 하나의 BU 안에 여러 계열사를 묶었지만 인사와 재무, 기획, 전략 등 경영의 주요 기능은 각 계열사에 남겼다.

각 BU장들로서는 핵심 기능들이 계열사에 산재된 탓에 충분한 권한을 확보하지 못해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확보하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각 계열사별로 전략을 짜더라도 상위조직인 BU에 이를 또 다시 보고해야 하는 일종의 ‘옥상옥(지붕 위에 지붕이 있다는 뜻)’ 구조라는 점도 BU체제의 비효율적 요소로 끊임없이 지적됐다.

신동빈 회장이 HQ체제를 만든 것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HQ체제를 도입하면서 각 사업군을 이끄는 총괄대표가 계열사들의 재무와 인사 기능을 일부 이끌 수 있도록 했다. 구매와 정보기술(IT), 법무 등의 기능도 각 총괄대표가 통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군 총괄대표에게는 기존 BU장들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지주도 HQ체제 전환과 관련해 “1인 총괄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움직임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롯데그룹을 만들기 위한 행보로 여겨진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신속하지 못한 의사결정구조를 질타해왔다.

신 회장은 1월13일 열린 ‘2021 상반기 롯데 VCM’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연구개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투자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하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속적 투자와 과감한 실행력을 반복해서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7월1일 열린 ‘2021 하반기 롯데 VCM’에서도 “CEO(최고경영자) 여러분은 회사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책임지고 있다”며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과 연구개발, 브랜드, IT 등에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최고경영진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롯데그룹은 변화에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기업인 이마트가 SSG랜더스, W컨셉,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등을 인수하거나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며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한 반면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를 제외하면 뚜렷한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신동빈의 야심작’이라고 불렸던 롯데온의 실패도 BU체제가 한계를 보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3조 원을 투자해 온라인 통합쇼핑몰 롯데온을 2020년 4월 출범했지만 계열사를 한 데 모으기만 했을 뿐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회장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HQ체제라는 판을 새로 깐 만큼 각 사업군을 이끄는 총괄대표들의 어깨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HQ체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계열사의 모든 핵심 경영기능을 HQ가 들고가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많은 기능이 보강된다는 뜻이다”며 “HQ체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는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미 HQ체제를 롯데쇼핑에 적용해왔다.

롯데쇼핑은 2020년 1월 조직개편을 통해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사업부 등에 나뉘어 있던 지원, 기획, 전략, 홍보, 재무, 신규사업 조직을 롯데백화점 중심의 HQ체제로 묶었다.

기존에는 백화점 전략기획부문, e커머스 전략기획부문이나 마트 재무부문, 백화점 재무부문 등으로 구분돼 있었지만 이를 롯데쇼핑 HQ 기획전략본부, HQ재무부문 등으로 통합한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별도조직으로 운영하던 것을 통합하다 보니 롯데쇼핑이 추진하려는 방향에 통일성이 생겼다는 것이 HQ체제 도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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