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유 주식에 대한 위험부담금을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 보험사 재무 건전성 감독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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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1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IFRS4 2단계)과 감독기준(솔벤시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위험부담금(요구자본) 적립 기준을 현행 8~12%에서 40% 수준까지 높이는 게 핵심이다. 1조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4천억 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회계•감독 기준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추가 위험부담금이 최대 7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2020년 새 회계•감독기준이 도입되기 전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 37.5%를 매입했다.
삼성생명 아래에 삼성화재(삼성생명 지분율 15%), 삼성증권(11.1%), 삼성카드(71.8%), 삼성자산운용(98%) 등 금융계열사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지주회사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 금융자회사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는 동시에 모든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이 본격화되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를 통해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 매각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삼성생명)가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조항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5% 안팎까지 계열사에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자산규모에서 국내 4대 금융지주와 견줘 손색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를 보면 삼성생명 230조3628억 원, 삼성화재 63조2335억원, 삼성카드 19조709억 원, 삼성증권 30조9944억원 등 모두 343조6616억 원에 이른다.
이는 신한금융지주의 자산 370조539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금융지주사들은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지만 삼성 금융계열사는 은행없이 금융지주사들보다 많은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순이익 규모는 2조6311억원으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신한금융지주(2조3672억원)보다 많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