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유상증자로 국제선 노선 재개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지만 국내외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 있다.
22일 진에어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발맞춰 국제선을 운항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에어는 28일부터는 인천~괌 노선을 기존 주2회에서 주4회로 증편하고 단계적 일상회복 속도에 따라 연말부터는 횟수를 늘려 매일 1회 왕복운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골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항공편도 운영한다.
진에어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여행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12월15일부터 인천~코타키나발루에 부정기편으로 비행기를 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여행심리가 회복되는 추세를 고려해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베트남 다낭 등을 오가는 비행기편 운항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진에어의 국제선 확대 노력이 결실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엿새 연속 3천 명 이상 나오는 등 4차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위드코로나 이후 방역수칙 완화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래블버블 협약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트래블버블이란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안전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서로 협약을 맺고 격리 조치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트래블버블을 협의한 홍콩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3차례나 시행이 연기됐다. 대만과 팔라우는 올해 4월 트래블버블을 시행했지만 대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5월 일시적으로 협약 시행이 중단됐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래블버블은 두 나라 사이의 방역상황에 따라 협약 시행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크가 합의문에 포함돼 있다”며 “트래블버블이 시행된다고 해도 제한적으로 시행돼 항공노선 증편에 한계가 있다”고 바라봤다.
11월부터 국내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선 운항도 다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선 수요는 한정적인데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진에어는 매출에서 국제여객의 비중이 높아 국제선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진에어의 매출에서 국제여객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내선 여객을 통해서는 매출 1713억4천만 원을 올린 반면 국제선을 통해서는 6748억6천만 원을 달성했다.
이렇게 국제선 매출 비중이 높은 현상은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비슷해 지난해부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모두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 가운데서도 재무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상장회사인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제주항공 가운데 진에어와 제주항공 두 곳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더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진에어는 2021년 3분기 개별기준으로 매출 606억 원, 영업손실 445억 원을 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 492억 원에서 47억 원 줄기는 했지만 올해 3분기 순손실은 58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순손실 461억 원보다 128억 원 늘었다.
자본총계는 3분기 기준 마이너스 19억8900만 원, 결손금은 2924억8900만 원에 이른다. 결손금은 회계상 기업의 순손실이 누적된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운항지연과 관련한 승객 보상비용이 더해진 점도 부담이다.
12일 진에어의 전산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에서 운항 예정이던 126편 가운데 15편이 결항됐으며 42편이 1시간 이상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진에어 최근 항공기 운항 지연과 관련해 승객들에게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승객들로부터 보상신청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따른 보상과 추가로 추후 항공편 이용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정확한 보상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지연이 된 노선들이 모두 국내선인 만큼 보상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진에어로서는 작은 비용도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진에어가 완전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1238억 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증자대금이 들어오면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자 지난해 11월에도 1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승객들로부터 피해보상 신청을 접수받고 있어 아직 정확한 보상규모는 확인이 어렵다”며 “여객시스템 운영은 해외 전문기업에 시스템 운영을 맡기고 있으며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대부분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