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인사이트  기자의 눈

노동자 산재는 누구 책임이 더 클까, 포스코 잣대는 이해 어려워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1-11-15 15:08: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거나 다쳤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노동자 본인일까 아니면 사업주일까?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의 책임을 무겁게 본다. 사업주나 경영자의 산업안전 책임이 드러나면 징역이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을 담았다.
 
노동자 산재는 누구 책임이 더 클까, 포스코 잣대는 이해 어려워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포스코는 다르다.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의 말을 들어보면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포항제철소 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4건과 관련해 포스코가 피해당사자 등에게 감봉 등 징계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는 안전수칙 위반을 징계 명분으로 삼았다.

이를 놓고 포스코 노조는 노동자가 다치면 그 책임이 당사자에게 먼저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은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포스코의 노후설비가 지목되자 "노후화된 설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 포스코는 시설 정비를 포함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여러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장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불멘소리가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포스코 양대제철소에서 산업재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작업중지권은 설비가동 중에 현장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을 중단하는 권한을 말한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는 현장에서 이런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며 작업중지에 따른 생산차질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작업을 하다가 다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 싶지만 작업중지권 행사로 생산이 중단되면 노동자가 별도로 시말서 등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기 이전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부터 먼저 철저히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포스코의 노동자 징계를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기업이 산업재해 당사자를 징계하는데 어떤 노동자가 사고가 나면 제대로 신고를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기업들이 포스코처럼 대처하는 이상 산재는 은폐될 것이고 산재사고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세계적 철강기업이다. 산업재해 예방에서도 기업의 위상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 잘못도 자기 책임으로 여기고 어리석은 리더는 자기 잘못도 부하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탈리아 통일공화국의 토대를 닦은 정치가 주세페 마치니가 남긴 말이다. 

포스코가 진정성 있게 노동자 안전을 위해 먼저 나서면 징계하지 않더라도 노동자 스스로 안전수칙을 엄격하게 지킬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

최신기사

폭우에 와이퍼 멈추고 내부로 빗물 뚝뚝, 볼보코리아 품질·서비스 불만에 판매 급감
미국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이미 현실화, 빅테크 대책 마련 다급해져
E1 'LNG 사업' 확장 박차, 구자용 종합 에너지기업 도약 발판 마련한다
이재명 '전기료 인상' 시사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화들짝, 전력 직접구매·자체 발전 늘린다
플랜1.5 "대통령이 지시한 기후대응, 배출권 100% 유상할당해야 달성가능"
현대엔지니어링 수익성 회복에도 불안, 주우정 추가 비용 불확실성 '촉각'
국토부 김윤덕 "늦어도 9월 초 주택공급책 발표, 3기 신도시 속도감 중요"
유엔글로벌콤팩트 ESG 간담회,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 성공에 필수적"
신세계푸드 미국 대체육 자회사 '베러푸즈' 청산, 강승협호 성장 동력 해답 필요하다
차우철이 일군 롯데GRS 실적 고공행진, 롯데그룹 핵심 CEO로 위상 커진다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