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주요업무인 정책금융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데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속에서도 전세자금 등 실제로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 등을 위한 정책금융은 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이뤄내는 일이 쉽지 않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 등의 2022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러 항목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할 금액을 놓고도 삭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금융위는 내년도 전체 세출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4천억 원 줄인 3조5천억 원 규모로 편성하면서도 주택금융공사 출자액은 올해보다 20% 늘린 600억 원으로 잡았다.
금융위가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정책금융의 내년도 공급목표를 올해와 같은 37조 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출자금은 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공급에 쓰이며 주택금융공사가 금융위로부터 600억 원을 추가로 출자받으면 공급여력은 2조4천억 원 늘어난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는 금융위의 주택금융공사 출자액을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금리인상 기조의 지속 등을 들며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한 수요예측으로 정책모기지 공급목표를 현실적으로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시중은행이 주택금융공사의 정책금융 취급을 꺼려하고 있다는 점도 정책금융 공급 확대에 부정적 요인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금융은 시중은행의 창구에서 대출을 통해 집행된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실시하면 일단 시중은행의 대출잔액으로 잡혔다가 3개월 정도 지난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등을 통해 인수해 간다.
주택금융공사가 들고가기 전까지는 정책금융이라도 시중은행의 대출총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의 총액한도관리에 따라 제한을 받게 된다.
주택금융공사로서는 정부의 정책방향인 가계부채 억제에 따르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의 발행량을 줄이며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추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2천억 원 줄어든 7조4천억 원의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전세자금 등 실수요자에게는 정책금융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최 사장으로서는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실수요자에는 정책금융 공급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 사장은 일단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수수료를 70% 낮추는 대책을 실시해 보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면 상환여력이 있는 차주의 조기상환을 유도하고 그만큼 대출잔액이 줄면서 취약계층 등 실수요자를 지원할 여력이 생길 수 있으나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최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취약계층에 정책금융 공급과 관련된 질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당국의 거시적 측면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한정된 재원을 들고 실수요자와 취약계층 중심으로 우선 공급하겠다”고 말할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