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1-11-05 16: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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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대표이사가 정치인 출신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역량을 인정받아 2년 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이끌게 됐다.
앞으로 노사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성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
▲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
첫 임기 성공적 완성차 양산을 위해 노사 신뢰가 필요했다면 이번 임기에는 생산제품 다각화와 품질 경쟁력 강화 등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본격 성장을 위한 안정적 노사관계가 중요하다.
5일 광주글로벌모터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표 연임에는 정치적 상징성 등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지닌 특수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노사민정이 힘을 합쳐 만든 국내 1호 상생일자리모델로 현대자동차의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를 위탁생산한다.
상생일자리모델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문 대통령도 광주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고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를 직접 구매하는 등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사업 성공에 적극 힘을 보탰다.
상생일자리모델은 현재 1호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포함해 경남 밀양, 강원 횡성, 전북 군산, 부산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재 검토 중이거나 진행 중인 다른 상생일자리모델의 사업모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정치권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더군다나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주주는 광주시 산하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이다. 이는 정치권이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번 박 대표 연임을 놓고도 정치권에서 반대의견이 나왔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전날 ‘광주글로벌모터스 박광태 대표 연임을 반대한다’는 논평을 내고 “이용섭 시장은 지금이라도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대표 선임을 놓고 임원추천위원회(가칭) 등을 폭넓게 꾸려야 한다”며 “공개모집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 일자리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도 후임을 찾는 데 어려움 겪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직접 나서 10명이 넘는 인사를 만나 대표 자리를 권했지만 성사하지 못했고 결국 지속해서 물러날 뜻을 밝혔던 박 대표의 마음을 돌려 연임을 결정했다.
박 대표는 1943년 태어나 광주 북구갑에서 14대,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광주시장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부, 재계, 노동계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협상력을 인정받아 2019년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를 맡아 광주 공장 준공과 캐스퍼 양산 등 주요 과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인 광주그린카진흥원과 2대 주주인 현대차를 비롯해 주요 주주들 역시 박 대표의 정치력과 협상력, 초대 대표로 성과 등을 높이 사 만장일치로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박 대표가 이번 임기에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자동차 연구개발이나 판매, 마케팅은 하지 않고 오로지 생산만 담당한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통해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해야만 현대차의 물량을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누적 생산량이 35만 대에 이를 때까지 노사 단체교섭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누적 판매 35만 대를 넘어서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올 가능성도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내년 캐스퍼 판매목표를 7만 대로 잡았는데 캐스퍼는 사전예약에서만 3만 대 가까운 주문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 광주 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10만 대 수준이다. 앞으로 생산능력을 연간 20만 대로 늘릴 계획도 있다.
이르면 3년 뒤 단체교섭이 시작될 수도 있는 만큼 박 대표가 노사신뢰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놓아야 하는 셈이다.
▲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오른쪽)가 2021년 4월29일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열린 '공장 준공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용섭 광주시장(왼쪽)에게 공장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익성 개선도 박 대표의 주요 과제로 평가된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2019년 9월 출범해 2019년과 2020년 각각 순손실 28억과 49억 원을 냈는데 9월 첫 양산차인 캐스퍼 판매를 시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수익이 나면 직원과 성과급으로 나눠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채워주기로 한 만큼 수익성 개선은 노사관계 안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등 완성차시장의 친환경차 전환에도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브랜드 가운데 빠른 곳은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출시를 중단할 계획을 세웠다. 박 대표가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이끌 앞으로 2년이 전기차 전환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3일 주주총회에서 2년 임기로 박 대표의 연임을 확정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난 2년 동안 박광태 대표체제에서 상생을 통한 원만한 노사관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캐스퍼를 양산하는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 박광태 대표체제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기업 기반을 구축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위탁생산전문기업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9월 캐스퍼 1호차 양산기념식에서 ”상생과 최고 품질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겠다”며 ”반드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위탁생산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