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이 꼬이게 됐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카카오뱅크와 K-뱅크 모두 기존 금융회사가 대주주가 되는 ‘반쪽짜리’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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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면서 카카오도 은산분리 규제를 받게 됐다. 이미 대기업집단이 된 KT도 카카오와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행 은행법은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시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고 대주주 기업 부실이 은행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2009년 개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인터넷은행에 한해 대기업집단을 제외한 산업자본도 최대 50%의 지분보유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대기업집단인 KT가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지난해 10월 ‘대기업집단을 포함한 모든 산업자본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 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선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융위는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김 의원 안에 부대의견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행령에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확대하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10대그룹은 제외한다’등의 문구를 넣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안이 불발되면 카카오 KT 등 ICT 기업이 아닌 기존 금융회사가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반쪽짜리’ 인터넷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핀테크 활성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취지가 무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핀테크학회,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새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어 “조속한 은행법 개정을 통해 국내 핀테크 및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감독체계 강화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인터넷전문은행은 ICT기업이 선도하는 금융혁명”이라며 “돈과 기술만 대고 아무런 주도적인 역할을 못한다면 기업들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