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금융권 최초로 신한카드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사업 본허가를 획득하며 KB국민카드와 BC카드, 카카오뱅크 등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KB국민카드와 BC카드 등은 현재 금융위원회로부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사와 달리 카드회사는 가맹점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카드사 가운데 신한카드가 선두에 있다”며 “카드매출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데이터를 수집해 관련 시장 자체를 확대하고 수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개인사업자 숫자는 약 660만 명으로 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의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분기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의 대출잔액은 541조 원으로 2020년 1분기보다 18.8% 증가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금융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소득도 불안정해 대출 금리나 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잘못 대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매출, 상권 위치, 연체 내용 등을 데이터화해 개인사업자의 신용등급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사업자가 대출 등에서 받는 불이익은 줄이고 은행은 불량한 개인사업자에게 대출해주는 사례의 빈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은 이미 방대한 가맹점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서 기존의 사업자들보다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신한카드는 자체 신용평가 데이터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으로부터 통신정보, 공공데이터 등도 수집해 신용평가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은 임 사장이 강조해온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이다.
임 사장은 2020년부터 신한카드에 데이터 판매사업을 담당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 사장은 올해 7월에 열린 신한카드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지불결제와 소비자 금융영역에서 단단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데이터 중심의 신사업 추진을 통해 내일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한카드는 고객 카드결제정보와 같은 금융데이터를 익명으로 가공한 뒤 분석해 상권 분석자료, 유통정보 자료 등으로 가공해 외부 고객사에 판매하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외부에 판매되는 데이터는 1건당 최고 수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단순히 정보를 금융사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개인사업자를 위한 종합 금융서비스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 전용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대출 중개, 신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이미 신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의 경영상태를 진단하는 컨설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도 신한카드의 새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데이터는 금융, 통신사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개인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사업자에게 제공해 소비자가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로 2021년 12월1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신한카드는 2750만 고객을 보유한 신용카드업계 1위인 만큼 마이데이터사업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공산이 있다. 신한은행, 신한라이프 등 계열사와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신한카드는 현재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8개 카드사의 카드사업 영업이익은 2018년 17조5691억 원에서 2019년 17조4450억 원, 2020년 17조3096억 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리상승 대응 능력 점검’ 보고서를 보면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약 0.1~0.2%포인트 추가로 떨어지면 카드사 전체 영업이익은 최대 1조3천억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신한카드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직 국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시장 규모가 500억~6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데다 개인사업자의 특성상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가 부족해 사업성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평가정보, KCB(코리아크레딧뷰로) 등과 같은 기존 사업자와 경쟁도 불가피하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은 개인사업자의 담보 및 보증 위주 자금 공급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은 관련 정보인프라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4대 사회보험료 납부실적, 전력 사용량 등 공공부문의 개인사업자 정보공유를 확대해 개인사업자의 사업성 평가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