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10-05 1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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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에스맥 대표이사 겸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가 지배기업인 자동차부품기업 금호에이치티와 바이오기업 다이노나의 합병을 확정해 기존 전자소재 및 부품제조업에서 바이오 신약분야로 사업구조 다변화를 추진한다.
다이노나의 신약 개발효과가 재무적 성과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 대표는 신사업에 관해 긴 호흡의 성장전략을 들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 조경숙 에스맥 대표이사 겸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
5일 금호에이치티에 따르면 11월1일 다이노나를 흡수합병한다. 금호에이치티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다이노나는 해산하게 된다. 기존 다이노나 직원은 금호에이치티로 승계된다.
다이노나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최근 신약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2020년 8월 면역항암제 DNP002의 임상1상을 승인받은 뒤 올해 6월에는 면역억제제 DNP007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다이노나가 개발하는 신약은 이미 외부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이노나는 앞서 2018년 유방암 항체치료제 DNP004, 급성백혈병 항체치료제 DNP001 등 개발 중인 신약 및 후보물질 4종을 두고 에이프로젠메디신(옛 에이프로젠KIC)과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계약 4030억 원 규모를 맺었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은 해당 품목들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임상시험, 허가, 생산, 상업화 등을 진행한다.
조 대표는 금호에이치티와 다이노나의 합병을 통해 전자부품 및 소재 쪽으로 치우친 사업구조에 새로운 색채를 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100% 지분을 보유한 경영컨설팅업체 이스티버건디를 통해 오성첨단소재-에스맥·금호에이치티-다이노나-화일약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번에 다이노나를 흡수하는 금호에이치티는 그동안 자동차용 조명부품을 전문으로 개발 및 판매해왔다. 또 금호에이치티의 최대주주인 에스맥은 전자기기용 터치스크린이 주력사업이다. 에스맥을 지배하는 오성첨단소재 역시 디스플레이필름을 생산해 바이오사업과 거리가 멀다.
금호에이치티와 에스맥, 오성첨단소재 등의 생산품목은 전자소재 및 부품이라는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다. 금호에이치티만 해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완성차기업들이 위축돼 자동차조명 수요가 줄면서 연간 영업손실 47억 원을 냈다.
이와 달리 다이노나의 주력인 바이오사업은 지속해서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다이노나 면역항암제 DN002는 비소세포폐암·대장암·위암·췌장암 등 4개 암을 적응증으로 두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이 4개 암의 치료제시장은 2018년 약 300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 73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개별 기업이 바이오사업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신약 개발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실제로 다이노나는 신약개발의 진척도와 별개로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로 공개된 실적을 보면 2013년부터 지속해서 영업손실을 내왔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억1100만 원에 그친 반면 손실규모는 28억7300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재무적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다이노나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18년 72.94%에서 2019년 786.87%, 2020년 504.16% 등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232.84%에 이르렀다.
앞서 다이노나가 4천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품목들도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아직 회사 재정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이노나에 따르면 총계약금액 가운데 현재까지 받은 금액은 30억 원에 불과하다.
물론 조 대표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금호에이치티의 다이노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노나의 성장에 장기적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다이노나를 계속 개별 기업으로 두는 대신 금호에이치티에 흡수시켜 자금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에이치티는 이번 합병에 관해 “다이노나는 국내외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제품 허가를 목표로 신약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통상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유의미한 매출 및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에이치티는 “금호에이치티의 안정적 현금 창출력과 다이노나가 보유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결합을 통해 바이오 혁신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다이노나가 금호에이치티의 새로운 성장발판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지난해 7월 다이노나 대표로 취임했다. 다이노나가 올해 1월 최대주주가 된 원료의약품 제조사 화일약품의 각자대표이사로도 일하고 있다. 화일약품이 향후 다이노나 신약을 생산하는 등 관계사 사이 상승효과를 창출하는 전략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