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11월 말에 진행했던 롯데그룹의 연말 임원인사가 올해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통상 11월 말에서 12월에 연말 임원인사를 발표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코로나19 등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조직을 개편하고 2022년을 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은 1일 연말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만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일찍 인사를 발표해서 롯데도 빨리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아직 연말 임원인사를 위한 작업을 시작도 안했고 예년과 비슷한 11월 말경에 발표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올해 7월1일 진행된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연구개발, 브랜드, IT 등에 투자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을 질책하는 등의 모습을 감안하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에는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중심으로 파격적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는 곧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그만큼 롯데그룹 내부에서 인사와 관련된 긴장감이 높다는 것을 방증했다.
우선 유통BU와 호텔&서비스BU 등 올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BU를 중심으로 임원들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유통BU장 부회장이 이끄는 유통계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8826억 원, 영업이익 694억 원을 거뒀다. 2020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4.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9.6% 증가했다.
단순하게 보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증권사들이 예측했던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백화점은 보복소비의 수혜를 입었으나 할인점과 슈퍼는 여전히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롯데하이마트도 2020년 실적이 좋았으나 올해 상반기는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또 강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역량을 집중했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도 아직 성과는 기대이하다.
강 부회장은 임기가 2023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이상 남았는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 사장은 2022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거취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
이 사장은 재무에 능통한 인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호텔롯델의 경영정상화가 요원해지면서 상장 계획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 이 사장의 역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020년 상반기보다 각각 2배, 4배가량 증가하는 등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좋은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식품BU장에 오른 이 사장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신 회장은 외부인사 영입도 과감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일부 세대교체를 진행했으나 외부인사 영입에 소극적이었고 그 결과 의미 있는 변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해 4월 롯데온 대표(e커머스사업부장)으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영입하고 최근 롯데지주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해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센터장(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순혈주의를 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