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열린 2021 임단투 승리를 위한 순회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노조> |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이 5년 만에 총파업으로 가는 길목에 섰다.
박 위원장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19년 만의 총파업을 주도한 강경파로 꼽힌다.
올해 산별 임단협 교섭에서 노사간 의견차이가 적지 않아 노사 대표 끝장교섭에서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총파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김광수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장과 2021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관련 대표교섭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은 27일 사용자협의회에 38개 지부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교섭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그러자 29일 6대6 대표단교섭을 끝장교섭 방식으로 개최할 것을 재차 요구했으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표교섭으로 전환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 쪽에서 28일 일정 등이 맞지 않아 대표단교섭을 하기 어렵다고 공문이 왔다”며 “29일 대표교섭은 사실상 끝장교섭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2021년 임단협 결렬에 따라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과 김 회장의 교섭 결과는 총파업으로 향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위원장이 23일 은행연합회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삭발식을 시작으로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어 산별교섭이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이번 교섭의 쟁점이 단순히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수준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교섭결과를 점치기 더욱 어렵다.
박 위원장은 무분별한 영업점 폐쇄 중단과 점심시간 동시사용을 통한 법정 휴게시간 보장, 금융공공기관 단체교섭권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7일 공동교섭 무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사측이 교섭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향후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금융소비자 불편과 국가경제 영향 등 모든 책임은 사용자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10월13일 모든 조합원이 점심시간 태업을 실시하고 14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연다. 15일 재택 파업과 거점 점거, 화상회의 방식으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면 2016년 9월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인 이후 5년 만에 총파업을 하게 된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첫 총파업이다.
박 위원장은 199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목동역지점, 증권타운지점, 여신상품부, 구조화금융부 등을 거쳐 2011년 노조 상임간부를 맡았다. 이후 노조 기획조정실장, 경영참여실 선임실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사주조합 정상화 투쟁, 주주제안 및 소액주주운동본부 기획 등을 담당했다.
2019년에는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맡아 총파업을 이끈 경험도 있다. 당시 박 위원장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확대적용 등 성과체계에 반발하며 2000년 주택은행과 합병 반대 이후 19년 만에 국민은행 총파업을 주도했다.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당시에도 강성성향으로 꼽혔는데 금융노조 위원장에 오른 이후에도 이런 성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위원장은 2019년 12월 금융노조 임원선거에서 63.7%의 득표율로 위원장에 당선됐다. 과거 김동만 위원장 2006년 단일후보로 나와 84.98%의 찬성률을 얻었는데 그 이후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경쟁선거 결과만 보면 2000년 산별노조체계 전환 이후 최고 득표율이다.
박 위원장은 강한 금융노조를 만들어 산별 노조로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내걸었는데 많은 조합원들이 호흥한 것으로 해석된다. 9월 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도 찬성률 92.47%을 얻었다.
박 위원장은 2020년에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명으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발탁되기도 했다. 현직 금융노조 위원장이 집권여당 최고위원에 임명된 최초 사례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법 등을 놓고 노동계 의견을 대변하며 삼성전자 임원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 외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지연 등에도 목소리를 냈다.
박 위원장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나 효과는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총파업 때도 참여율이 15% 수준으로 저조했고 은행업무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시중은행의 비대면거래 비중이 최고 70~80%까지 높아져 영업점 창구 이용율이 낮아진 만큼 이전보다 파업효과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