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승 대기 중인 현대차 '캐스퍼'. <비즈니스포스트> |
‘현대차의 첫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국내 첫 상생일자리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첫 양산차’, ‘현대차그룹의 국내 첫 온라인 판매 모델’.
현대자동차 캐스퍼 앞에 붙는 수식어다. 내연기관차시대가 가고 전기차시대가 빠르게 오는 시기에 캐스퍼는 내연기관차로는 이례적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달고 시장에 나왔다.
이는 캐스퍼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캐스퍼의 판매 흥행은 국내 경차시장 회복,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쟁력 강화, 국내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스퍼가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캐스퍼를 직접 타봤다.
◆ 작아 보이지만 넓은 실내공간, 작고 귀여운 디자인은 매력적
27일 경기 기흥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미디어대상 캐스퍼 시승행사가 열렸다.
캐스퍼 스튜디오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캐스퍼를 위해 현대차가 새로 꾸민 캐스퍼 전용 전시공간이다. 현대차는 기흥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캐스퍼 실차를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을 전국에 30곳 가량 마련한다.
시승차로는 가장 높은 트림(등급)인 인스퍼레이션(1870만 원)에 엔진을 가솔린1.0터보엔진으로 바꿔주는 ‘캐스퍼액티브II’(90만 원), 조수석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선반 개념인 ‘스토리지’(7만 원), 선루프(40만 원) 옵션이 들어간 2007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 시승대기 중인 현대차 '캐스퍼'. <비즈니스포스트> |
리어스포일러를 달아주고 다크 그레이 알로이휠로 바꿔주는 50만 원짜리 액티브플러스만 제외됐을 뿐 사실상 풀옵션 모델이다.
캐스퍼를 처음 외부에서 보고 받은 느낌은 '생각보다 작다'는 것이었다. 캐스퍼는 전장(차 길이) 3595mm, 전폭(차 넓이) 1595mm로 국내 대표 경차인 레이, 모닝, 스파크와 전장과 전폭이 같지만 SUV인 만큼 좀 더 커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평소 자주 보는 SUV 비율에 익숙해져인지 캐스퍼 외관은 다소 작게 다가왔다.
반대로 실내는 더 넓게 느껴졌다. 2열에 앉으니 머리 위로 주먹 반개 이상, 무릎 앞으로 주먹이 한 개 반 정도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남았다.
2열 등받이는 뒤로 최대 40도 가량 젖혀졌는데 이 기능도 생각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 캐스퍼 2열 시트에는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돼 최대 160mm까지 앞뒤로 밀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캐스퍼에는 세계 최초로 1열 운전석 시트까지 접히는 ‘풀폴딩’ 기능이 적용됐는데 1열까지 접으면 조수석은 2065mm의 공간이 확보돼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도 가능하다.
운전석 쪽은 풀폴딩을 하면 스티어링휠에 걸려 1900mm 가량의 공간이 확보되는데 이 역시 성인 남성이 눕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트렁크 공간은 2열을 접지 않으면 161리터, 2열을 접으면 301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차 지붕에도 75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현대차 역시 실내공간을 마케팅 지점으로 내세워 캐스퍼 스튜디오 곳곳에 차박과 캠핑 콘셉트로 꾸며 놓은 캐스퍼를 전시했다.
▲ 캐스퍼 스튜디오에 차박 콘셉트로 전시된 캐스퍼. 운전석 쪽에 맞춤 매트를 깔아 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제대로 된 차박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국내 소형SUV 가운데 캠핑이나 차박을 하기에 다소 좁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들도 2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트렁크 적재 공간이 350리터 이상 나온다.
평탄화 작업을 위해 시트 목 받침을 뺐다 끼웠다해야 점, 시트를 완전히 눕혀도 1열과 2열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점 등도 실제 차박을 한다면 불편하게 느껴질 듯했다.
내외관 디자인은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것처럼 깔끔하고 귀여운 매력을 풍겼다.
전면의 동그란 헤드램프과 측면 뒷문 손잡이 위에 있는 웃는 모습의 캐스퍼 전용 캐릭터 앰블럼, 실내의 투톤 가죽시트와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지퍼, 톰보이 카키를 비롯한 6종의 외관색상은 캐스퍼의 통통 튀는 개성을 충분히 표현했다.
▲ 뒷문 손잡이와 그 위에 있는 웃는 모습의 캐스퍼 전용 캐릭터 앰블럼. <비즈니스포스트> |
◆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은 장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흥행의 관건
이날 시승은 캐스퍼 스튜디오를 출발해 중간휴식지 없이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달리는 약 5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캐스퍼 터보모델은 가솔린1.0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7.5kgf·m의 성능을 낸다.
경차에 어울릴 법한 성능인데 오르막길에서는 힘이 조금은 부쳤다. 터보가 아닌 일반모델이라면 좀 더 힘이 달릴 듯했다.
캐스퍼 일반모델은 가솔린1.0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f·m의 성능을 낸다.
소음 차단은 아쉬웠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때는 바깥 소리가 많이 들어와 라디오 볼륨을 조금 높여야 했다. 시승 중 비가 조금 내려 뒤 유리 와이퍼를 작동했는데 '윙'하는 전자음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 거슬렸다. 운전석 창문을 올릴 때도 이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 현대차 '캐스퍼'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다수 들어간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캐스퍼에는 차로이탈방지보조(LKA), 차로유지보조(LFA),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안전기술이 들어가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춘다.
자동으로 차선을 인식해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주는 기능은 다소 가볍게 느껴지던 스티어링휠에 무게감을 더했다.
캐스퍼는 연비도 나쁘지 않았다. 차를 조금 험하게 몰았는데도 1리터당 13.8km를 보였다. 캐스퍼 터보모델의 공식연비는 1리터당 12.3km다.
캐스퍼를 실제 타보니 사회초년생이 장만하거나 세컨드카로 선택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렴한 자동차세, 공영주차장과 고속토로 통행료 50% 할인혜택 등 다양한 경차 혜택도 무시할 수 없는 캐스퍼의 매력이다.
다만 판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됐다는 시장의 시선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는 가장 높은 트림 풀옵션 차량이 2057만 원으로 경차 2천만 원 시대를 열었다.
가솔린1.0터보모델에 8인치 내비게이션을 달고 현대차가 캐스퍼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과 1열 폴딩 기능을 넣으면 1900만 원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소형SUV를 구입할 수 있다.
캐스퍼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스마트 1385만 원 △모던 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 원이다. 가솔린1.0터모엔진을 장착한 터보모델을 구입하려면 각 트림에 스마트와 모던은 95만 원, 인스퍼레이션은 90만 원을 주고 ‘캐스퍼액티브’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가장 낮은 스마트 트림에서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과 1열 폴딩기능 등의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 시승대기 중인 현대차 '캐스퍼'.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