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철, LG화학의 새 중심축은 첨단소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첨단소재사업을 LG화학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키우기 위해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소재 생산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전기차와 디스플레이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소재사업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시장은 성장세가 기존의 예상보다 더 빠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배터리소재 부족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20년 310만 대에서 2030년 5180만 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2030년 전망치 4천 만대에서 1천만 대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같은 기간 139기가와트시에서 3254기가와트시로 23배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이 2021년 7월29일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 소속의 화학전자재료(CEM)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 화학전자재료사업은 SRS분리막을 생산해왔는데 SRS분리막은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이번에 SRS분리막을 생산하는 화학전자재료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LG화학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게 됐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춰 전열을 가다듬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신 부회장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확산에 발맞춰 디스플레이 신소재로 사업기회를 키울 준비도 하고 있다.
특수개발한 코팅제를 적용해 평면은 유리처럼 단단하면서 접힘부위는 플라스틱처럼 유연한 폴더블 IT기기용 커버 윈도우인 ‘리얼 폴딩 윈도우’가 바로 그것이다.
LG화학은 첨단 코팅기술을 적용해 안팎으로 모두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소재를 개발해 2021년 9월7일 공개했다.
첨단소재업계에서는 폴더블폰과 롤러블기기시장의 성장에 따라 LG화학이 개발한 첨단 디스플레이소재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 디스플레이시장 규모는 2020년 8억5천만 달러에서 2025년에는 78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이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흥행하며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고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화학은 2021년 첨단소재사업에서 매출 4조9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5년 안에 2배 정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 신학철, LG화학 석유화학부문 체질 개선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전통적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업은 LG화학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탈탄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하다.
LG화학의 사업부문별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석유화학사업이 14조3650억 원, 배터리사업(LG에너지솔루션)이 12조3720억 원, 디스플레이소재와 배터리 양극재사업인 첨단소재사업이 3조6120억 원, 바이오사업이 661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부문에서 친환경소재사업을 키우고 성장성이 높은 NB라텍스(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와 같은 고부가 소재에 힘을 주고 있다.
NB라텍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의료용 장갑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석유화학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중국 닝보에 연산 10만 톤 규모의 NB라텍스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연산 20만 톤 규모의 NB라텍스 생산설비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 부회장은 친환경소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만든 재활용 플라스틱사업 전담 태스크포스(TF) 조직인 ‘피닉스팀’의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피닉스팀에 해외 협력사 대표(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부회장의 이런 결단은 LG화학이 고부가 플라스틱소재를 성공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재활용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이나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사업은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소재분야로 꼽힌다.
신 부회장은 2021년 10월 온라인 간담회에서 모두 10조 원의 신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조 원을 석유화학사업의 친환경소재 육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신 부회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력은 실적에 더해 지속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ESG기반으로 혁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추진하는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에 자금 확보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LG화학은 투자자금 확보와 관련해 녹색채권 발행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기준으로 약 3조7천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런 발행규모는 국내 일반기업 가운데 최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 신학철, 제약사업 키울 수 있을까
제약사업은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의 3대 신성장동력으로 하나로 꼽은 사업이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혁신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신약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1조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최근 알렸다. 특히 당뇨, 대사, 항암, 면역 등 전략 질환군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03년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펙티브’를 출시했지만 그 뒤로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을 살펴보아도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첨단소재부문과 비교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첨단소재 부문은 영업이익 480억 원을 거뒀고 제약사업은 영업이익 370억 원을 내며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은 1800억 원을 넘어서며 큰 폭의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제약사업을 포함한 생명과학 사업은 550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LG화학은 최근 미국 보스톤 연구법인을 설립하고 통풍 치료제 미국 임상3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 LG화학 주가, 지속적 배터리 리콜에 타격받아
LG화학 주가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배터리 리콜문제에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EV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했는데 여기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2020년 10월에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자 2021년 2월24일에 배터리 전량 교체 리콜을 실시했다.
리콜이 발표될 때 LG화학 주가는 하락했지만 곧바로 반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는 2월23일 88만5천 원이었으나 24일 86만 원으로 하락했다가 다음날 89만 원으로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그 뒤 LG화학 주가는 3월15일 96만6천 원까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이던 미국 배터리 소송에서 승소한 것에 더해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배터리 리콜은 일회성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지만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쳐 이뤄진 제너럴모터스(GM) 차량 리콜 사태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GM은 올해 7월25일 배터리 모듈 교체 리콜을 발표한 뒤 올해 8월23일 기존에 문제가 없다고 봤던 2019년 이후 출시된 차량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리콜이 발표된 2021년 8월23일 LG화학 주가는 11% 넘게 빠지는 모습을 보인 뒤 하락세를 보이며 2021년 9월2일 기준 71만1천 원을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던 3월15일과 비교해 25% 가까이 밀린 셈이다.
◆ 혁신에 강한 신학철,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올라
신학철 부회장은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현장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신 부회장은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윤리, 준법정신, 환경안전, 품질을 포함한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임원 워크숍에서 “기업은 고객과 주주, 임직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타협할 수 없는 가치관을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이슈는 모회사인 LG화학을 이끄는 신 부회장으로서는 난제가 될 수도 있다.
배터리 리콜문제는 신 부회장이 이제껏 강조해온 품질과 환경안전 등의 가치를 흔드는 사건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