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21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을 살펴보면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 9개 가운데 2개를 제외한 7개가 플랫폼과 업계 사이 공정거래를 위한 법률이다.
카카오가 계열사를 통해 택시, 미용실, 대리운전 등 새로운 업계에 진출할 때 기존 업계와 충돌을 빚었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살피면 대다수의 법안이 카카오의 확장 전략과 부딪힐 수 있는 셈이다.
7개 법안의 대표발의자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의원 1명, 국민의힘 의원 1명, 정부 제출 1건 등으로 여야 의원들이 모두 포함돼있다. 여당과 야당, 정부가 모두 플랫폼 규제를 위해 칼을 빼 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료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인 뒤 유료서비스로 전환하는 카카오T와 같은 방식의 전략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지배력을 이용해 ‘갑횡포’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출된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금지되는 불공정행위 가운데 ‘온라인판매중개업자(플랫폼)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법안) 등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사항 역시 플랫폼 권력을 이용한 갑횡포를 제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플랫폼기업을 제재해왔던 내용을 살펴보면 자체 서비스나 상품을 과다하게 노출하는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자체 상품과 서비스에 유리하게 바꾸고 이를 경쟁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네이버에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랫폼기업들의 플랫폼 권력이 중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갑횡포’로 이어졌다는 보는 결정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 갑횡포를 부렸다며 8월19일 3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나,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사의 운영체제(OS) 선택을 제한했다며 2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 예시다. 플랫폼 권력이 대기업마저도 '을'로 만들 수 있다고 공정위가 보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가맹택시를 차별하는 등의 갑횡포를 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의장 역시 현재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14일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는 지난 10년 동안 추구한 성장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전면적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면 현재 문어발처럼 뻗어있는 카카오의 사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한 이후 2020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완전히 전략을 바꾸기보다는 전략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완전히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먼저 플랫폼을 선점한 뒤 수수료, 유료서비스 출시 등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감시를 피하려 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을 살펴보면 택시기사 대상 유료멤버십의 요금을 월 9만9천 원에서 월 3만9천 원으로 내리고 소상공인 상생기금을 마련하는 등 카카오의 수익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업계를 설득하는 것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카카오가 내놓은 이번 상생안은 김 의장의 평소 발언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김 의장은 2016년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도 지녀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기존 세력과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카카오택시에서 그랬듯이 기존 사업자들과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이 카카오뿐 아니라 대다수 플랫폼의 공통전략인 만큼 카카오가 시장 선점 뒤 수익성 확보라는 전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지금처럼 자회사를 무한히 확장하는 방식은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