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바이오페트에서 친환경사업의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친환경사업 의지에 맞춰 수소생산과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비롯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12년부터 일찌감치 바이오페트사업을 추진했는데 김 사장이 취임한 뒤 4년 사이 판매량이 20배가량 늘어나며 사업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바이오페트는 구성원료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을 석유가 아닌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드는 친환경포장소재다.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석유계 페트와 비교해 30% 가량 적고 전량 재활용 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최근 들어 친환경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바이오페트의 판매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인 SPC팩은 롯데케미칼과 다양한 음료 컵과 샐러드 용기에 바이오페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생수 브랜드 삼다수의 용기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샐러드 용기에도 롯데케미칼의 바이오페트가 사용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바이오페트 판매량은 2017년 101톤에 머물렀지만 2020년 1993톤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며 “앞으로도 바이오페트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201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바이오 에틸렌 글리콜을 원료로 바이오페트 생산에 성공했는데 김 사장이 2017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부터 더욱 신경을 써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바이오페트를 비롯한 친환경사업은 자연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놓칠 수 없다”며 “시장에서 적용할 분야도 넓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더욱 힘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바이오페트뿐만 아니라 수소사업과 재생 플라스틱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약 4조4천억 원을 들여 블루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에서 탄소를 따로 포집해 생산하는 수소)사업을 비롯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재활용 플라스틱인 재생 폴리플로필렌(PCR-PP) 소재 개발에 성공하고 화장품 용기업체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약 1천억 원을 투자해 11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C-rPET)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전해질에 들어가는 원료 생산시설을 2023년 하반기까지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 사장이 이렇게 친환경사업에 의지를 보이는 까닭은 성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걸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7월 롯데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친환경사업을 위해 9조 원의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5월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의 울산 공장을 둘러보는 자리에서도 신 회장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신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인사가 임박했을 무렵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폭발사고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유로 김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지만 신 회장은 김 사장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고 다시 한 번 신임했다.
김 사장은 1957년 8월5일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다양한 부서를 거친 ‘화학 전문가’로 평가된다.
생산지원팀과 신규사업팀을 지휘하면서 말레이시아 소재 자회사 LC타이탄 인수와 성장을 주도한 경험이 있어 신 회장이 힘주고 있는 친환경사업과 전기차 배터리소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