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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현정은, 정몽구마저 현대상선 인수 거절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21 14: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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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무원' 현정은, 정몽구마저 현대상선 인수 거절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5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일 저녁 ‘범 현대가’ 자손들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15주기 제사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진행됐는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심기는 편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로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의 시숙인 정몽구 회장도 세간의 눈길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상선을 인수해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냈다.

현대차그룹은 주력인 자동차사업에 집중하고 문어발식 확장은 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서 해운업을 일부 하고 있어 현대상선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현대기아차의 물량을 바탕으로 자동차운반선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상선을 인수하면 컨테이너선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 해운사로서 발돋움할 수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를 앞두고 범 현대가 오너 경영인들이 현대상선 위기와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오갈 것이란 전망도 재계에서 나왔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현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면서 현대상선 관련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입을 굳게 다물었다.

‘범 현대가’ 차원의 현대상선 구제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현정은 회장은 ‘홀로서기’로 경영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이 채권단에 약속한 대로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이행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18일 주주총회에서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액면가 5천 원인 주식을 7대1 비율로 감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 회장도 사재 300억 원 출연을 약속하고 등기이사 자리도 내놓았다. 또 주총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의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 70억 원에서 50% 삭감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여전히 ‘백척간두’에 있다.

현대상선은 만기도래 채권의 절반을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변경)하고 나머지 절반을 3년 상환유예 이후 5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최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 6.05%로 발행됐던 회사채 금리도 발행 당시의 절반수준인 연 3.0%로 낮춰서 상환하는 방안을 사채권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채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현대상선 사채권자들은 17일 현대그룹에서 집회를 열고 4월7일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 원대 회사채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이들은 앞으로 8천억 원에 이르는 현대상선의 모든 공모사채에 대한 별도 집회도 다시 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립무원' 현정은, 정몽구마저 현대상선 인수 거절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이 3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은행은 22일 현대상선 채권단을 소집해 자율협약 개시와 함께 채무 원금 이자 상환을 연장해 주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자구안 및 해외 선주와 용선료 조정 협상에서 진전을 보인 데 따라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돕기 위한 것이다. 

현대상선 자율협약은 29일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이 가운데 하나의 협상이라도 무산될 경우 종료된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급한 불을 끄는 데 최선의 카드는 현대증권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현대증권을 계획대로 매각하면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빌린 36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금을 자본금 확충 등에 수혈할 수 있게 된다. 현 회장 입장에서 현대증권 매각가가 높아지는 만큼 유리하다.

현대증권 인수전은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래에셋증권이 가세할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처럼 과감한 베팅에 나설 경우 현대증권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2.4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3400억 원 정도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6천억~8천억 원이 될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현대증권 매각에 성공해도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현대상선 총부채는 4조8천억 원에 이른다. 선박금융 및 기타 차입금이 1조9천억 원, 공모채와 사모채(회사채 신속인수대상)가 1조6천억 원, 산업은행 등 금융권 대출이 1조3천억 원이나 된다.

현대상선은 다각도로 유동성 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부산신항만 보유지분 50%+1주 가운데 40%+1주를 싱가포르항만공사에 1천억 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21일 "부산신항만 지분 매각과 관련해 싱가포르항만공사(PSA) 등 잠재 매수자와 협의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당사가 보유한 자산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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