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한화생명을 단순히 보험회사가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 금융사로 탈바꿈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전날 실시한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여승주 사장이 겸임하던 보험부문장을 이경근 부사장에게 자리를 넘긴 점이 가장 주목된다.
이 부사장은 사업지원본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업지원본부는 폐지되고 이 부사장이 보험사업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한화생명 3개 부문장 가운데 2개 부문장이 교체됐다. 보험부문장에 이경근 부사장, 전략부문장에 엄성민 전무가 새로 선임됐고 신사업부문장은 기존 이창희 전무가 유임됐다.
여 사장은 기존 주력사업인 보험부문을 넘어서 전사 차원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조금 더 힘을 기울일 수 있게된 셈이다.
한화생명은 기존 사업 중심 성장전략이나 보험업계의 유사한 전략이 아니라 보험을 넘어선 핵심 미래 성장동력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여 사장의 역할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특히 여 사장은 직할 조직으로 미래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름은 위원회이지만 의결기구라기보다 내외부 협업을 통해 미래 신사업을 실질적으로 키우는 실행조직에 더욱 가깝다.
앞으로 한화생명이 신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육성해 나가게 된다. 현재는 디지털연금, 암특화 등의 임시조직(TF)이 설립됐는데 향후 필요에 따라 TF가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는 등 유연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이 미래경영위원장을 직접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위원회 구성 역시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생명의 본업인 생명보험업은 대표상품인 종신보험과 치명적질병(CI)보험 등의 판매가 감소하고 장기인보험 판매 확대는 더뎌 성장성이 제한된다. 한화생명뿐 아니라 업계 1위 삼성생명생명조차 본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을 만큼 고전 중이다.
이 때문에 여 사장은 기존 보험사업의 틀을 벗어나 차별화된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월 출시한 업계 최초 구독보험이 대표적 사례다. 한화생명은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기존 보험과 달리 현재 일상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보험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MZ세대를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고 이들의 활동정보를 신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여 사장이 미래 신사업을 직할로 챙기게 된 만큼 한화생명의 미래사업 중심 체질 개선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문별 자율성 부여에 따른 책임경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높아진 점도 신사업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제판분리 이후 보험부문 조직개편 수요를 반영하고 신사업분야 역량을 높이는 데 있다”며 “미래경영위원회는 드림플러스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여 사장의 입지와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전사 경영에 더욱 집중하게 된 데다 신사업 육성까지 직접 챙기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 사장체제에서 기획실장·미래전략실장·기술전략실장 등으로 합을 맞춰 온 이경근 부사장과 엄성민·이창희 전무가 각 부문장으로 여 사장을 떠받치게 된 점도 든든하다.
오너경영인인 김동원 부사장이 전략부문장을 담당한 지 8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놓고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만 맡게 돼 상대적으로 여 사장의 운신폭이 넓어졌다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여 사장이 맡은 미래경영위원회가 추후 기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기획 전문가인 여 사장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부임 전 한화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에서 금융계열사 전반을 총괄하는 금융팀장을 맡은 적도 있다.
여 사장은 경복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한화그룹 계열사인 경인에너지에 입사했다. 한화그룹 재무회계담당,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일하며 재무분야 경험을 쌓았다.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재정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며 상장작업을 총괄했고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삼성그룹과 빅딜을 주도하는 등 전략분야에서도 활동했다.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19년 3월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올랐다. 차남규 전 부회장과 각자대표체제를 이어오다 2020년부터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