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동부제철의 상장폐지를 막기로 했다. 앞으로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자산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동부제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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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동부제철 대표이사. |
15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 채권단은 14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동부제철의 채권 2천억 원을 동부제철의 주식 2천만 주와 바꾸는 출자전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4대1 비율로 감자를 한 뒤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절차가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3월31일 전에 마무리되면 동부제철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동부제철의 자본금은 출자전환을 통해 2천억 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의 자본잠식률은 5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된다.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는 상태를 2년 이상 유지할 경우 상장이 폐지된다. 동부제철의 자본잠식률은 2014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81.3%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97.8%를 나타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출자전환은 채권단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방식이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채권단의 동부제철 지분율이 높아진다. 출자전환을 한 뒤 동부제철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채권단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단이 부담을 감수하고 출자전환 결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 동부제철의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제철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자전환을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이 앞으로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올해 초 동부제철 매각이 무산된 뒤 동부제철의 상장폐지를 적극적으로 막기보다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상장폐지를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출자전환을 추진했다.
최근 철강가격이 오르며 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점이 채권단이 출자전환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월 철강업계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철강 유통가격은 지난해 12월 저점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이에 발맞춰 국내 철강사들도 철강가격을 올리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상황이 좋아진 점도 결정을 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최근 동부제철 당진공장의 전기로를 따로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익창출 전망이 어두운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기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조 원이 넘는 투자비를 들여 건설했는데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익이 맞지 않아 2014년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가동 전망이 불투명하고 관리비용 때문에 적자만 쌓이고 있어 동부제철의 매각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됐다.
국내 철강기업은 이 전기로를 사들이는 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이란 등 에너지비용이 낮아 전기로 가동으로 손익을 맞출 수 있는 국가에서 관심을 보일 수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전기로의 구매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는 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동부제철의 자회사인 동부인천스틸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동부인천스틸의 장부가는 약 6200억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공장부지 등 부동산 가치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천공장 매각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