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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 유니폼을 입은 월드컵 국가대표팀 |
월드컵은 기업들의 잔치다. 글로벌기업들의 엄청난 광고무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에서 브랜드 노출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무나 월드컵 마케팅을 펼칠 수 없다. 월드컵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식 후원사를 선정한다. 6개의 공식 후원사들은 마케팅 권리를 부여받은 대가로 매년 거액을 FIFA에 낸다.
현재 6개 공식 후원사는 현대기아차, 소니,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카드, 에미리트항공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 증가 외에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라는 무형의 효과도 얻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매년 1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후원금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후원사가 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고 공식 후원사가 될 수 없다면 틈새를 노리는 마케팅으로 월드컵 효과에 편승하려 한다.
◆ 마스터카드를 밀어내고 공식 후원사를 꿰찬 비자카드
비자카드는 2006년 마스타카드를 제치고 FIFA 공식후원사 자리를 꿰찼다. 이전 후원사였던 마스터카드는 1990년부터 16년 동안 FIFA를 후원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밀려난 데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기존 월드컵 파트너에 우선 협상권을 준다’는 규정을 FIFA가 무시했다는 이유였다.
블래터 FIFA 회장이 비자카드 회장과 친구 사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법원은 “FIFA 관계자가 계약서의 서명까지 위조했다”며 “마스타카드에 9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마스터카드는 배상금을 받았지만 월드컵 수혜를 비자카드에 넘겨야했다.
FIFA 규정에 따라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경기장과 부대시설 이용자들은 오로지 현금과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월드컵 관람권도 비자카드로만 구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비자카드는 금융회사 500여 곳과 신규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비자카드가 2010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월드컵 개막 후 3주 동안 해외 관광객들이 비자카드로 결제한 지출액은 우리 돈 1300억 원을 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54% 증가한 금액이다. 지출액의 90% 이상은 숙박, 레스토랑, 소매, 자동차 렌탈, 항공 등 레저 및 여행 분야 지출이었다.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비자카드는 매출 증가 이외에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얻었다. 비자카드는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2009년 94위였다.
그런데 남아공월드컵 이후 1년 만에 82위로 상승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100대 기업 중 1년간 상승한 브랜드 가치가 비자카드보다 높은 기업은 다섯 개 뿐이었다.
인터브랜드는 비자카드의 2010년 순위를 설명하며 “FIFA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 행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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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카드의 2014 브라질월드컵 이미지 광고 |
◆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치열한 경쟁
독일의 스포츠용품 회사 아디다스는 1970년부터 FIFA 공식 후원사다. 월드컵 후원사 터줏대감 아디다스는 1970년부터 독점적으로 월드컵 공인구를 제공해 오고 있다. 월드컵 심판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디다스의 제품을 착용한다.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 1위 기업인 나이키는 유독 축구용품에서 아디다스에 밀려 2위에 머물고 있다. 역전을 노리는 나이키는 월드컵을 아디다스가 독점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나이키는 월드컵 후원사가 될 기회를 노렸다. FIFA는 한 업종에서 한 개의 후원사를 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나이키는 아디다스를 밀어내야 했다. 하지만 FIFA 파트너는 계약 갱신 때 우선협상권이 있어 나이키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FIFA는 공식후원사 외에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재한다. 그러나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참가국 대표팀 유니폼이다. 이를 이용해 나이키는 참가 국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번 월드컵은 처음으로 나이키 후원국(10개국)이 아디다스 후원국(9개국)보다 많은 대회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나이키는 본선 진출팀 32개국 중 10개국 선수단을 후원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브라질이 포함되어 있다. 후원팀 선수들은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착용하는 대가로 현금과 용품을 지원받는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구자철, 손흥민 선수는 나이키 유니폼을 입지만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는다. 이것은 참가국 지원과 상관없이 두 선수가 개별적으로 아디다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위한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나이키는 개별 후원도 아디다스를 앞선다. 글로벌 브랜드 분석업체 레퓨컴(Repucom)에 따르면 나이키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한 세계적 축구스타 10명 중 6명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아디다스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를 포함한 3명, 푸마는 1명이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아디다스의 DNA는 축구”라며 “우리는 아디다스가 축구에서 최고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 때 4년 전보다 더 많은 축구공과 셔츠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나이키는 공식 후원사 아디다스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버 에드워즈 나이키 브랜드부문 사장은 “월드컵이 나이키가 후원하는 브라질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