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최근 5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7조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두 종목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난 것으로 이는 최근 지수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9일부터 5일째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모두 6조99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이 기간에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였고 SK하이닉스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위인 삼성전자 주식을 5조6천억 원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2조 원 이상 증발했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 주식의 외국인투자자 순매도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집계됐다. 5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약 10조5천억 원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외국인투자자 순매도 규모를 더하면 모두 7조6천억 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종목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5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5조8천억 원, SK하이닉스 주식 2조1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가 내놓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개인투자자가 모두 소화한 셈이다.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는 반도체산업을 향한 부정적 전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1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9만8천 원에서 8만9천 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가는 15만6천 원에서 8만 원으로 내려잡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위, 2위로 대형종목에 대량매물이 쏟아지자 코스피지수 역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7거래일 연속 내리며 올해 들어 가장 길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3일 장중 3146.76포인트까지 내렸고 3171.2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16% 하락했다.
종가를 기준으로 5월31일 3200선을 넘긴 뒤 53거래일 만에 32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증시 거래대금은 큰 폭으로 늘었다.
거래대금은 8월 초 20조 원을 밑돌다가 10일 34조6천억 원까지 치솟았다. 11일에는 31조9천억 원, 12일 33조 원, 13일 32조4천억 원의 자금이 오고갔다. 10일 거래대금 규모는 1분기를 제외하면 올해 가장 큰 금액에 해당한다.
거래대금은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주춤한 상태를 보여왔다. 2분기부터 하루 거래대금 30조 원을 넘긴 날은 16일인데 그 가운데 4일이 근래에 몰려있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외국인투자자는 3월5일부터 4월13일까지 무려 28거래일 연속으로 ‘팔자’행렬을 이어간 바 있다.
이런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19일 장중 1439.4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는 2020년 3월 한 달 동안 12조9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11조5천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매도세에 주가가 폭락하자 ‘저점매수’의 기회로 여긴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투자자가 쏟아낸 매도물량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당시 동학개미운동이란 말도 나왔다.
다만 최근 증시 흐름을 두고는 단기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과 장기 조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뒤섞여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세가 거세지만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매도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며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속도는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코스피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난해 3월 이후 이어진 상승 추세선을 이탈했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경계신호가 나온 것으로 중기 이상의 조정국면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