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소재사업은 물론 친환경소재사업과 고부가화학소재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를 통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뒤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떨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배터리 투자에 나서면서 동시에 차세대 전고체배터리 개발에도 고삐를 죈다.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앞당기면 리튬이온배터리에 이어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안전문제의 불확실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배터리 투자에 나선다. 아울러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을 키워 친환경사업에서 새 성장동력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차세대 태양광모듈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첨단소재부문에서는 디스플레이 분야 고부가소재사업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블루수소와 태양광소재사업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에쓰오일은 상반기 이익체력을 크게 회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유사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석유화학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여부는 에쓰오일의 기업가치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시스템 등 주요 방산업체들은 위성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위성사업은 기존 방산분야와 민수사업의 성장정체를 해소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화학 정유>
◆ 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소재와 친환경소재 등에 2025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7월 내놨다. 이 가운데 특히 6조 원을 쏟아붓는 배터리소재사업의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력이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4만 톤에서 올해 8만 톤으로, 2025년 26만 톤까지 빠르게 늘린다. 또 LG전자로부터 분리막사업을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의 배터리소재사업은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 부가재료, 전해액 첨가액, 분리막 등 배터리 4대 핵심소재에 모두 걸쳐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배터리소재 공급처도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배터리소재사업의 성장성이 다른 경쟁업체와는 남다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뒤 모회사인 LG화학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소재사업뿐 아니라 NB라텍스, 고흡수성수지,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등 친환경소재사업을 확대하면서 이런 우려를 떨칠 공산이 커 보인다.
기존 화학사업에서도 에틸렌 생산시설의 공격적 증설을 통한 고부가소재 생산능력 확대와 재생에너지 활용 설비를 갖춰 나가며 탈탄소시대에 사업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LG에너지솔루션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수주잔고에서 중국 경쟁업체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3년까지 세계 배터리기업 가운데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사용량 기준으로 2위에 올랐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선 올해 1~5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하는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면서 차세대 전기차배터리로 여겨지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다음으로 배터리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배터리 사업에 12조4천억 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9조7천억 원을 배터리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하는데 전고체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배터리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조기에 달성해 미래에도 배터리산업에서 선도기업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고체배터리를 상용화하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하던 화재사고에 따른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최근 내놨다. 친환경사업에 2025년까지 30조 원을 집중 투자한다. 수주잔고가 130조 원에 이르는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투자가 중심에 놓인다.
새로 눈여겨 볼 대목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이 펼칠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종합화학을 앞세워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기존 화학사업에서 친환경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K종합화학은 2025년까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의 16만㎡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을 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 많이 쓰였던 물리적 재활용(폐플라스틱을 수거 및 분쇄해 재활용하는 것) 방식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에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 건설에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일종인 열분해 및 해중합방식을 도입해 사업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기업과 협력에도 박차를 가한다.
SK종합화학은 2025년 친환경사업으로만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6천 억 원 이상을 창출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과 맞먹는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배터리 성장성이 워낙 높지만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를 가늠할 때 SK종합화학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의 진행상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2분기 분기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케미칼부문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다만 태양광사업을 하는 큐셀부문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봤다. 원재료 폴리실리콘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소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차세대 태양광셀 연구개발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하반기부터 태양광발전소 매각을 본격화해 2021년 연간 태양광발전소 매각에서만 3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본업인 태양광모듈에서 수익성 확보에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연구개발을 강화해 고부가제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셀(탠덤셀)’ 개발을 앞당기는 일이 절실하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실리콘보다 저렴하면서도 합성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탠덤셀은 실리콘 태양광셀 위에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형태로 제작된다.
첨단소재부문에서는 올레드(OLED)패널 제조의 핵심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더블류오에스 지분 100%를 6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 모바일 중심에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부가제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8월 안으로 상장주관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세계적 탈탄소 흐름 속에 기존 정유사업만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미래사업으로 블루수소 생산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이 기업가치 평가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충남 대산화학단지에 에틸렌초산비닐 생산설비를 구축해 태양광모듈소재 사업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고품질 에틸렌초산비닐은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태양전지 봉지재로 사용된다. 태양광 봉지재는 태양광모듈(태양광을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이 외부노출에 잘 견딜수 있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대산화학단지 설비는 시황 변화에 따라 저밀도폴리에틸렌으로 생산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태양광산업의 전망도 밝아 현대오일뱅크는 대산 석유화학설비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상반기 영업이익 1조2002억 원을 올렸다. 반기 사상 최대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유업황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석유화학 복합시설에 투자했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익체력을 크게 회복한 만큼 에쓰오일은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Shaheen)' 프로젝트로 불리는 2차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상세설계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샤힌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매년 18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분해설비(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 하류(다운스트림)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018년까지 진행된 1차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투입된 4조8천억 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2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며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정유업황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에쓰오일을 향한 이익 확대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산>
◆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차세대 중형위성을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완제기 등 방산쪽 주력제품 수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기체구조물에서도 코로나19 뒤 항공기 제작 자체가 줄면서 매출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동남아시아가 주요 수출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단순히 중형위성뿐 아니라 위성영상분석, 국토관리기술 등 위성을 통한 서비스역량도 함께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동남아는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 풍부한 수자원 등으로 향후 중형위성뿐 아니라 위성 관련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섬이 많은 특성상 통신서비스를 위한 지상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는 점, 국경이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주변국 동향 확인에 위성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동남아의 중형위성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 완제기 수출지역이기도 하다. 완제기 수출 때 중형위성을 포함하는 패키지 수출도 추진할 수 있다.
중형위성이 수출 포트폴리오에 더해진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출 안정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에어로시스템 등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그룹은 국내 10대 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우주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시스템을 중심으로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한화디펜스 등 주요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중소형위성사업과 위성서비스사업 등에서 성장동력을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메타 등 국내외 주요업체에 투자를 진행하며 우주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위성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방산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우주사업을 이끄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김동관 사장은 3월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조직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하고 팀장을 맡았다.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도 올랐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그룹 후계자 1순위로 꼽히는 만큼 우주사업 확대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국가우주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점도 한화그룹 우주사업에 힘이 될 수 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라 국가 우주개발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우주사업이 민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해도 아직 과도기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좋은 창구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