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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은 칼럼으로 무엇을 말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6-10 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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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극은 칼럼으로 무엇을 말했나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013년까지 언론계에서 일했다. 40년 가까이 언론 외길을 걸었다.

법관이 판결로 말하듯 언론인은 글로 말한다. 그런 만큼 문 후보자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그가 쓴 칼럼을 분석하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2003년 참여정부에 시민운동가 출신이 많다는 점을 비판하며 “시민운동가는 운동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면 그들이 운동가에 맞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제 자신이 시민운동가에게 던졌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문 후보자는 소신과 주관이 뚜렷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만큼 중앙일보에서 재직하면서 썼던 칼럼들은 극단적 보수에 가까운 내용들을 거침없이 피력한 글들이 많다. 야당은 벌써 문 후보자가 통합형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며 인사 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시각을 바꾸다

문 후보자는 한 때 박 대통령에 대해 날을 세웠다.

문 후보자는 2011년 4월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박근혜 현상’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이 나라에서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뽑지도 않았고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권력이 한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그녀는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며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도 누가 되었든 휘장 안의 인물을 신비롭게 조명할 것이 아니라 휘장을 벗기고 국민이 실체를 볼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에게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하늘의 뜻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그는 ‘하늘의 평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역사의 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라며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는 베일을 뚫고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었던 그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 칼럼은 문 후보가 이름을 내걸고 쓴 마지막 칼럼이다. 박 대통령 재임기간에 대한 그의 칼럼은 찾아볼 수 없다.

◆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높은 평가

문 후보자는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칼날은 대체적으로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더 날카롭다는 평가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2004년 ‘박정희의 틀, 마오쩌둥의 틀’이란 칼럼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해방 전 사회주의자들이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다 해서 사회주의가 우리 틀이 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해방 후 어렵고 복잡한 중에도 다행히 좋은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으면 우리는 지금 공산화되어 북한 처지가 됐을 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정희 대통령 역시 좋은 틀을 짜려고 노력했고 그 틀 덕분에, 그때 쌓아놓은 산맥 덕분에 우리가 이 정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그 뒤에도 계속된다.

문 후보자는 2011년 ‘복 있는 나라’라는 칼럼에서 '이승만과 박정희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필요한 시점에 그 시절에 맞는 지도자와 체제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권위주의 체제를 옹호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이승만은 신생국의 첫 지도자 나라의 틀을 만드는 것이 그의 임무'였는데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틀을 만들었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미국과 안보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방의 틀을 다졌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에 대해서 '박정희 시대에도 물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혹시 민주화가 먼저 왔다면 안보와 번영의 기초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국가형성에 꼭 필요한 순서대로 안보, 경제, 민주의 목표를 차례로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또 다른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시대를 언급하며 '그 정점에 박정희가 있다'고 박정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창극은 칼럼으로 무엇을 말했나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 보수적인 국가관과 강경한 대북관

문 후보자는 여러 칼럼을 통해 보수주의적 국가관을 드러냈다.

그는 2011년 ‘위대한 시대’라는 칼럼에서 '우리나라에서 60~70년대가 가장 위대한 시대'였다며 그 이유로 애국심을 들었다. 그는 '나라는 이념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가치'라며 '애국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수렴한 더 큰 가치이자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라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 경제 아버지들의 애국심을 따라가야 하며 대한민국이 어떤 이념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쓴 ‘양보할 수 없는 가치’에서도 문 후보자의 국가관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자유라는 가치는 양보할 수 없는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복지는 그 다음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라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를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강경한 대북관도 보여줬다.

그는 2005년 ‘이상한 나라 코리아’라는 칼럼에서 한국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낳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문 후보자는 '핵은 핵으로밖에 균형을 이룰 수 없다'며 '너나 나나 핵을 사용하면 피차공멸이라는 공포 때문에 전쟁이 방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후의 방법은 공포의 균형'이라며 '우리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10년 천안함 사태가 터진 후 ‘자위권을 선포하라’라는 칼럼을 통해 정부에게 대북 강경책을 펼칠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당시 '지금 이 시점에 대양해군, 우주공군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다'라며 '이는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친북정권들이 만들어 놓은 허황한 국방계획이었다'고 과거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자의 극우적 가치관은 사회문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문 후보자는 2009년 ‘김석기를 살려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용산참사 당시 과잉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은 것이다.

그는 이 칼럼에서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두고두고 이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청장의 목은 데모대가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여야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타협한다면 겁쟁이 소리만 들을 뿐'이라고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 시각

문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응급실에 입원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이상한 점은 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 검찰은 물론 당사자 쪽에도 일절 반응이 없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두기로 할 것인가'라며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해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이 반박성명을 냈고 중앙일보는 반론 보도문을 게재했다.

문 후보자의 펜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자연사한 최규하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소권이 상실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창극은 칼럼으로 무엇을 말했나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 기업 친화적 성향, 복지 포퓰리즘 우려

문 후보자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칼럼을 통해 여야의 대선후보들이 정책 차별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는 보수다운 눈을, 진보는 진보다운 눈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뒤 대선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상황에 대해 '경제문제에서 이 나라의 보수는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2012년 3월 중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배우자는 취지의 칼럼에서 '민주주의를 잘못 수용하면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당에서 수백 조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를 공약하고 있고 무료급식은 물론 교육도 보육도 노인복지도 다 공짜로 해주겠다 한다'며 복지정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췄다.

문 후보자는 2003년 ‘새해에 바라는 오직 한가지’라는 칼럼에서 '이 나라 기업인들이 질시의 눈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새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은 '기업인들이 이 땅에서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 경제민주화 열풍이 사회를 휩쓸 때도 그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문 후보자는 2011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되자 ‘이건희 회장의 눈물’이라는 칼럼을 썼다. 문 후보자는 '삼성 등 대기업에게 당신들은 덩치가 너무 커졌으니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말해야 하나”라며 당시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양극화 비판을 역공했다. 그는 이어 '일부 재벌기업에서 요식업, 문방구류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 그에 따르는 폐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고 돈 잘 버는 사람에게 버는 특기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 대해서 박수를 치면서 유독 기업가에게만 인색하다”며 '지금 이 나라에서 정치 평등주의가 경제 평등주의로 번져가고 있는데 그게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올망졸망한 작은 기업만 있었더라면 애초에 그런 꿈조차 꾸어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국민은 대기업의 필요성과 기업인들의 성취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2010년 3월 ‘공짜점심은 싫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무료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썼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을 '터지는 작은 구멍을 홀로 막으려 하는 네덜란드의 어린 소년'이라고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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