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라면이 반짝 열풍에 그칠까,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까?
프리미엄 라면시장이 짜장과 짬뽕, 비빔면까지 외연을 넓히면서 1년 가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새로운 라면 트렌드들은 평균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인기가 사그라졌다.
◆ 삼양, 프리미엄 비빔면 선제공격 통할까?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최근 ‘프리미엄 비빔면’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 열풍이 여름 계절상품인 비빔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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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최재문 팔도 부회장. |
삼양식품은 최근 ‘갓비빔’을 출시했다. 삼양의 프리미엄 라면 브랜드인 ‘갓짜장’과 ‘갓짬뽕’에 이은 ‘갓시리즈’로 가격은 1500~1600원으로 책정돼 일반 라면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건강한 고품질 식재료를 사용해 공을 들인 제품”이라며 “고기와 함께 먹을 때 특별한 궁합을 자랑하는 등 다양한 레시피 등을 활용한 재미있는 마케팅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갓비빔은 제주산 무를 15일 동안 숙성시켜 만든 동치미를 사용해 비빔면류의 고추장 양념이 주는 텁텁함 없이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짜장과 짬뽕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리면서 자연스레 라면시장 전체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삼양식품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프리미엄 비빔면을 먼저 내놓고 5~7월 비빔면 시장 성수기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심은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란 것 외에 명확한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건면’으로 만든 프리미엄 비빔면을 출시할 것이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건면은 면을 튀기지 않고 생면 그대로 제품화한 것으로 건면을 사용한 프리미엄 비빔면이 인기를 끌 경우 농심의 건면 제조공안진 녹산공장 가동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하지만 비빔면 판매율 1위인 팔도가 비빔면에 대한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비빔면 시장으로 프리미엄 열풍이 옮겨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비빔면은 계절성 상품인 데다 팔도의 ‘팔도비빔면’이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빔면의 시장규모는 725억 원 수준으로 2조 원대 라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짬뽕과 짜장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성공한 것은 품질을 높인 것도 있지만 기존 라면과 확고히 다른 맛”이었다며 “비빔면을 고품질화하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맛에서 얼마나 차별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팔도는 가격은 900원 그대로 둔 채 용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1.2’를 한정판으로 내놓는 등 1위 지키기에 나섰다.
◆ 프리미엄 라면, 스테디셀러 될까?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인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농심과 팔도가 프리미엄 라면의 해외 수출을 확대하며 라면 제조사들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011년 ‘하얀국물’라면처럼 지나가는 인기로 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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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 농심 사장(왼쪽)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 |
오뚜기 진짬뽕이 지난해 10월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6천만 개, 농심 맛짬뽕이 11월 출시 이후 4500만 개 넘게 팔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 짬뽕 제품군은 출시된 뒤 3~4개월가량 시간이 흘러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선도한 프리미엄 짜장 제품군은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농심의 짜왕이 대표적이다. 짜왕은 올해 1월 일반 짜장라면인 ‘짜파게티’보다 판매율이 저조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1월 라면판매 순위에서 짜파게티가 판매율 5.4%로 짜왕의 2.8%를 눌렀다. 짜파게티와 짜왕은 나란히 7위와 8위에 올랐다.
농심의 ‘신라면’을 뛰어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진짬뽕’ 역시 판매율이 8.6%로 일반라면인 신라면(약 17%)과 오뚜기의 ‘진라면’(약 10%)에 판매율이 밀렸다. 판매율 1위와 2위는 신라면과 진라면이 되찾았다.
팔도의 ‘꼬꼬면’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이 불러온 하얀국물 열풍처럼 프리미엄 라면시장도 제품군을 바꾸며 인기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뿐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1년 하얀 국물 라면 인기를 이끈 꼬꼬면은 출시 한달 만에 6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인기가 시들해졌다.
2013년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를 필두로 다른 제품의 라면을 섞어 먹는 레시피가 라면시장을 휩쓸었지만 이 역시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돌풍이라는 것이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이나 유행에 따른 군중심리 같은 것이 다 포함되는 것”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을 기존 일반 라면에 대적할 새로운 시장으로 보기보다는 제조사들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전략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