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SK실트론이 신사업으로 키워온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이 순조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질화갈륨 웨이퍼로도 포트폴리오 확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합물 반도체용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세계적으로도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등 화합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SK실트론이 세계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시장에서 점유율이 10% 미만이지만 미국 기업 크리, 투식스(II-VI)에 이어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합물 웨이퍼시장 자체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SK실트론이 발 빠른 투자로 시장의 주도권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K실트론은 앞서 2019년 미국기업 듀폰으로부터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사업부를 인수해 화합물 웨이퍼시장에 진출했다. 그 뒤 미국 현지에 100% 자회사 SK실트론CSS를 두고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질화갈륨 웨이퍼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SK실트론 관계자는 “화합물 웨이퍼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으로 보고 사업 확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질화갈륨 웨이퍼사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 등에 참여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사업에 SK실트론의 화합물 웨이퍼사업까지 확대하며 전기차소재부품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사업 관련 사업을 그룹 차원의 새로운 먹거리사업으로 점찍고 미국 현지에서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에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시장인 데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친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만 75억 달러(약 8조6천억 원)를 투입한다.
실리콘카바이드, 질화갈륨 등 신소재를 활용한 화합물 반도체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화합물 반도체는 기존 순수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력효율이 높고 고온과 고전압에서도 작동이 가능해 전기차 성능의 최대 이슈인 배터리 사용시간,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SK실트론은 이미 전기차시장 성장의 수혜를 보고 있다.
SK실트론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은 최근 미국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설비 증설과 인력 증원 등에 34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K실트론CSS는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 1만3천㎡ 부지에 공장을 증설하고 인력도 2배 넘게 늘린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CSS의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놓고 기존 고객사 등으로부터 이미 수주물량 등을 일정 부분 확보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웨이퍼기업인 SK실트론CSS도 고객사와 납품물량, 장기계약 등 관련 협의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번 설비증설로 SK실트론CSS의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생산능력은 현재의 6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실트론CSS가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사업 하나만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규모가 6배 수준으로 커지는 셈이다.
실리콘카바이드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질화갈륨 웨이퍼시장도 성장 잠재력이 높다.
시장 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질화갈륨 반도체시장 규모는 2020년 4600만 달러(약 515억 원)에서 2026년 11억 달러(약 1조2315억 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해 성장률이 70% 수준을 보이는 것이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특히 자동차분야에서 성장률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완성차기업과 부품회사들이 질화갈륨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분야 질화갈륨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5년 동안 한 해 평균 성장률이 185%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