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기업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등 새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데 인수합병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시선도 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무산되기는 했지만 신세계가 휴젤 인수를 검토한 것을 두고 정 총괄사장이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면세점 등이 주력사업인데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인수합병에서도 소극적이었는데 2018년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1837억 원에 인수한 것이 정 총괄사장이 추진한 최대 인수합병이었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은 앞으로 신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 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2020년 코로나19로 백화점, 면세점 등 모든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세계는 2020년 영업이익 88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2019년보다 81.1%나 감소한 수치였다.
2021년 상반기에는 명품 보복소비 등에 따른 백화점사업의 호조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하반기 전망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신세계 내부에서는 기존 사업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분야를 중심으로 인수할 매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데 현재 신세계의 화장품사업도 2012년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최고급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다.
화장품은 인수합병 전략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최근 화장품업계는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유행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는데 톡톡 튀는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따라잡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글로벌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은 2018년 국내 온라인쇼핑몰 ‘스타일난다’를 6천억 원에 매입했고 에스티로더는 2015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기업인 LG생활건강도 2019년 미국 화장품·생활용품 기업 뉴에이본을 인수했고 2020년에는 글로벌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북미 사업권을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히 중저가 화장품에서는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다 인수합병이 효율적이다”며 “대기업들은 막강한 유통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유망한 벤처 브랜드를 500억 원에 사서 5천억 원으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화장품사업은 중국 등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에 치우친 신세계의 사업영역을 해외로 확대하는 발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정 총괄사장이 2020년 인수한 스위스퍼펙션은 이미 중국 수출을 위해 위생허가(NMPA) 심사를 받고 있다. 스위스퍼펙션은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통해 온라인은 직진출로, 오프라인은 중국 현지업체를 통해 전개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 총괄사장은 해외진출이 가능한 기업을 인수 우선순위로 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휴젤 인수를 검토한 것도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2021년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952억 원에 이른다.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인다면 인수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백화점 점포의 자산유동화를 활용할 수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휴젤은 유통 및 패션, 뷰티사업과 시너지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방안은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