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SK머티리얼즈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반도체소재회사를 넘어 종합소재회사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20일 반도체업계와 배터리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의 실리콘 음극재사업 진출을 놓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함께 나온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음극재회사 그룹14테크놀로지(Group 14 Technologies)와 합작사를 만들어 실리콘 음극재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합작사 지분 75%를 확보하는 데 604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주류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계 음극재와 비교해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는 성능이 뛰어나고 충전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다.
전기차회사는 차량 주행거리를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정보기술기기 제조사들은 기기 작동시간을 늘리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 음극재는 앞으로 배터리회사들로부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에는 배터리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SK이노베이션이 있다”며 “SK머티리얼즈가 실리콘 음극재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면 그룹 계열사들 사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가 음극재는커녕 배터리소재사업 자체를 해본 적 없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배터리는 탑재 제품의 성능은 물론이고 폭발 위험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소재에도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용욱 사장은 이미 실리콘 음극재와 관련한 기술적 검토를 충분히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2월 그룹14테크놀로지의 투자유치에 참여해 우선주 10.3%를 인수해 3대주주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합작 상대와 관계를 맺어뒀다.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 가운데 하나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사업과 관련한 기술적 검토는 그룹14테크놀로지에 지분투자를 하기 이전부터 진행해 왔다”며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배터리소재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는 이전부터 인수합병이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투자를 통해 신사업을 빠르게 시작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합작사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시장에 진출하려는 이 사장의 전략은 안정적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016년 일본 트리케미칼과 반도체용 전구체 합작사 SK트리켐을, 2017년 일본 쇼와덴코와 반도체용 특수가스 합작사 SK쇼와덴코를 세웠다.
2019년에는 탄산계열 반도체소재회사 한유케미칼을 인수해 자회사 SK머티리얼즈리뉴텍을, 2020년에는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부를 인수해 자회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각각 설립했다.
이 사장도 SK머티리얼즈의 ‘투자를 통한 성장’ 기조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만큼 합작사를 통한 신사업 진출은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지주사 SK의 투자2센터장(당시 PM2부문장)을 지내던 2017년부터 SK머티리얼즈의 경영자문 사내이사를 맡아 투자전략에 관여했다. 2019년 12월부터는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을 직접 이끌고 있다.
SK그룹은 2016년 2월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해 SK머티리얼즈로 이름을 바꾸었다.
▲ SK머티리얼즈 경북 영주공장의 전경. < SK머티리얼즈 >
당시까지만 해도 OCI머티리얼즈는 6개 반도체 세정가스를 생산하는 회사로 실적의 대부분을 삼불화질소(NF3) 단일 제품에 의지했다.
현재 SK머티리얼즈는 69개 반도체소재를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소재회사로 탈바꿈했다. 삼불화질소 의존도는 매출기준 40% 수준까지 낮아졌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5년 3380억 원에서 2020년 955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8억 원에서 2339억 원으로 급증했다.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인수 전보다 3배가량 커졌다.
이 사장은 SK머티리얼즈의 사업체질을 반도체소재 일부에서 반도체소재 전반으로 바꿔내 성장을 이끌어 온 셈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의 실리콘 음극재사업 도전을 놓고 이 사장이 이제는 SK머티리얼즈가 종합소재회사로 다시 한 번 체질 바꾸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 사장은 이런 체질 전환을 이미 예고해둔 바 있다.
이 사장은 6월 SK머티리얼즈가 발간한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반도체소재에서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신규 성장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성장을 통해 고부가(High Value) 소재기술회사로 다시 한번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