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올해 1월에 47개월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이번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 양상이 지속됐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1월 흑자, 수출 수입 동반 감소
2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70억6천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1월 경상수지 가운데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
|
|
|
▲ 신병곤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2016년 1월 국제수지(잠정)'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이번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흑자폭이 커졌다.
1월 상품수지 흑자액은 81억1천만 달러다. 상품 수출액은 379억 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15.8% 감소했다. 상품 수입액은 297억9천만 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23.1% 줄었다.
주력 수출품목들은 지난해 1월보다 대부분 수출액 감소를 겪었다.
지난해 1월보다 디스플레이패널 수출액은 38.5%, 석유제품은 38.0% 감소했다. 선박(-33.2%), 철강제품(-19.3%), 승용차(-21.3%), 반도체(-13.5%), 정보통신기기(-8.6%) 등도 수출액 감소를 겪었다.
수출 지역별로 모아보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7.2% 늘어난 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액이 줄었다. 중남미(-35.6%), 중동(-31.0%), 중국(-21.6%), 동남아시아(-16.8%)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전체 수출물량과 수입물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1월 수출물량지수는 2010년 100을 기준으로 121.67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다. 수출물량지수의 감소폭은 2009년 5월 11.7%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락세도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1월 수입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의 수입물량 감소폭 2.0%보다 규모가 커졌다.
신병곤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수요가 줄었고 국제유가와 철강제품의 단가 하락도 수출물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며 “2월부터 수출물량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구조적으로 수출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1월 서비스수지는 19억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여행수지에서 8억8천만 달러, 운송수지에서 1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건설수지는 6억9천만 달러의 흑자를 봤지만 지난해 12월보다 50% 가까이 흑자 규모가 줄었다. 지식재산권사용료는 지난해 12월 적자에서 올해 1월 2천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됐다.
◆ 짙어지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
올해도 경상수지에서 불황형 흑자의 양상이 나타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를 함께 겪는 상황이다. 이 경우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도 장기적으로 둔화된다.
|
|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의 전체 산업생산량은 지난해 12월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1월보다 소매판매는 1.4%, 설비투자는 6.0%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월에 수출이 크게 부진해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 등에서 광공업 생산이 줄었다”며 “수출이 앞으로도 줄어들 경우 생산심리, 소비심리, 투자심리의 위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은 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수출액은 36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줄었다. 수출액이 14개월 연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고 있다. 감소폭도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퍼센트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월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억3천만 달러 줄었다. 이 감소폭은 지난해 7월 49억4천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한 돈을 해외로 빼내고 있다. 이 기간에 해외로 유출된 외국인 투자자금만 239억9천만 달러에 이른다.
신병곤 부장은 “세계 경기가 부진하고 해외 금융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아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비교적 오랫동안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앞으로도 수출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저유가, 글로벌 수요 둔화, 신흥국가의 경기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 수출에 불리한 대외 여건이 계속될 것”이라며 “부가가치 창출과 신성장산업 육성 등 수출잠재력을 키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