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사업으로 2차전지소재사업에 다각도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기술을 활용해 2차전지소재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고려아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 부회장이 3세경영을 시작한 이후 2차전지소재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최근 LG화학과 배터리소재인 전구체를 만드는 합작사 설립을 직접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 부회장은 직접 LG그룹 고위층과 만나 전구체 생산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다 합작사 설립까지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구체는 2차전지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소재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원재료로 2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고려아연과 LG화학 두 회사는 이르면 연내 전구체 생산 합작사를 설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2025년 생산하는 양극재에 필요한 전구체를 모두 고려아연과 새로 만들 합작사에서 구매한다면 고려아연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민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극제 1만 톤 생산에 따른 전구체 매출은 1천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2025년 LG화학이 목표로 세운 양극재 생산량 26만 톤에 필요한 전구체와 관련 매출은 2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20년 고려아연 연결기준 매출 규모가 7조6천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전구체 생산 합작사는 고려아연에 의미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며 “구체적으로 합작사와 관련한 지분율이나 자본금 등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 확정이 되면 추후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최기호 창업주의 차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1975년 태어나 미국 애머스트대학과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07년 고려아연에 합류했다.
2019년 고려아연 각자대표이사 올랐고 올해 3월 작은아버지이자 김부겸 총리의 사돈인 최창근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최 부회장은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고려아연의 도약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019년 양극재에 들어가는 황산니켈 제조사인 계열사 켐코에서 한 차례 증설을 추진했다. 2020년 3월에는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해 음극재의 핵심소재인 전해동박사업에 진출했다.
최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기술을 2차전지소재사업에 접목하는 쪽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전해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음극재 전류에 들어가는 소재인 만큼 고려아연이 그동안 쌓은 제련기술과 융합하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아직 전해동박 양산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빠르게 안착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고려아연의 주요 사업인 아연 제련과정이 전해동박 생산과 비슷하다는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더구나 고려아연은 전해동박 원료인 구리 등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전해동박사업으로 1만 톤을 생산하면 매출은 1500억 원, 영업이익은 230억 원으로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15.3%에 이를 것으로 바라본다.
고려아연이 2020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이 11.8%였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2차전지는 성장 전망이 밝아 소재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최 부회장으로서도 안정적 수익 창출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회사로 아연과 연, 은 등의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제련수수료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에선 고려아연이 내년 전해동박사업에 안착하는 지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1조 원가량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