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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리더십에 상처, '젊은 정치'와 '경솔한 돌출행동' 사이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7-13 16: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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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에 관한 국민적 기대가 컸지만 리더십 위기가 계속 반복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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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는 1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날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한 사실을 놓고 하루 종일 뒷수습에 부심했다. 

이 대표와 송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것을 비롯해 여러 현안들을 합의했고 이 사실이 양당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전해졌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빗발치자 국민의힘은 합의가 전해진 지 100분 만에 이를 번복했다.

앞서 합의 사실을 처음 취재진에 알렸던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0분 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두텁고 충분히 지원하는 데 추경 재원을 활용한 뒤 남는 재원이 있으면 소득 하위 80%에 주기로 한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다”고 정정해 공지했다.

이 대표는 13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대변인들이 구체적 설명을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양당 대표의 논의 과정에 있던 고민이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야는 각자 형편에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100분 만에 말 뒤집는 100분 대표가 되려는 것이냐”며 국민의힘이 합의 사항을 100분 만에 번복한 사실을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송 대표를 만나 귤 맛을 뽐냈는데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 만에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F에서 “양당 대표 사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대통령선거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며 “당대표의 사후적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전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대표를 두고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고 비난하며 이 대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야권 내 일부 정치인들은 이 대표를 엄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로 이 대표가 실수를 했다는 점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일로 30대 대표로서 '경험 부족'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많아졌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당의 구성원들과 상의 없이 중차대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젊은 이 대표가 노련한 송 대표에게 휘둘려 정치적 실수를 했다는 지적은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로서는 6월11일 당대표로 선출된 뒤 갓 한 달을 넘긴 시점에서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앞서 이준석 지도부는 출범부터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 유례없이 30대 젊은 나이로 제1야당 대표에 선출됐고 이는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으며 당의 대변인을 뽑을 때도 ‘토론 배틀’을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이 대표의 젊은 감각이 정치권의 분위기 쇄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 시점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별임무 부처인데 역할이 적어 폐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일부 폐지 주장은 여당의 비판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 데 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이 대표의 주장에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정부조직개편 제안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대표란 지위를 고려하면 대단히 경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전부터 돌출행동이 잦았던 탓에 이번 전국민 재난지원금 '실수'를 예견된 사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애초부터 논란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논란의 중심에 서서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농후했다는 것이다.

잦은 돌출행동을 두고 전부터 당내 우려가 있었는데 국민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여·야 합의와 그에 뒤따른 합의 번복으로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쇼맨십에는 능하지만 정치적 기본기는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대표가 송 대표와 회담으로 겪는 일을 귀한 경험으로 삼아 더 믿을 수 있는 당대표로 발전하기 바라며 응원하다”면서도 “당대표는 공격보다 ‘위험관리’가 중요하다. 조심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고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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