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암보험 가입자 사이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기관경고를 받은 데는 암보험금 미지급을 둘러싼 암환자 모임과 갈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 문제가 해결된 만큼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2019년 종합검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결정과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의 제재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종합검사에서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과 삼성SDS에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배상금을 미청구해 대주주와 거래제한 위반 등을 지적받았다.
금융감독원의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은 9일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요구하며 장기간 시위를 진행해 온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과 합의했다.
암환자모임은 2018년 말부터 진행한 삼성생명 본사 앞 시위를 중단하고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삼성생명 본사 고객센터 점거도 풀었다. 다만 삼성생명과 암환자모임 사이 구체적 합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금융위원회의 징계수위 의결과 무관하며 집회 및 농성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빠르게 해소하려는 양측의 의지에 따라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암환자모임과 갈등을 수습한 점은 삼성생명이 금융위원회의 제재 수위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과 상황은 다르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안건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정성적 노력이 제재 수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금융권에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는데 투자원금 전액 지급이나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 적극 수용 등 소비자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에서 이들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제재 수위가 낮아진다면 전 사장은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사업 예비허가를 신청하고 사업 준비에 바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금융위 판단이 나오지 않아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8월 예정됐던 마이데이터 공식 출범이 미뤄지게 된 만큼 제재 수위만 낮아진다면 삼성생명으로서는 마이데이터사업에 합류하는 데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당초 마이데이터사업자는 8월4일부터 고객 정보 수집 때 다른 곳에서 데이터를 긁어오는 '스크래핑'을 중단하고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IT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중소규모업체들이 관련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사업자 쪽에서 이 조치의 유예를 신청했고 최근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금융 마이데이터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으로 유예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