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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
국내 건설경기는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의 신규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등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공급과잉과 신규대출 규제 등으로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공공공사 발주규모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건설경기 이끈 주택시장, 공급과잉인가
26일 증시에서 건설업종지수는 111.31로 1년 전에 비해 22.49% 줄었다. 건설경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건설사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보는 경기전망도 좋지 않다.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3.5로 지난해 12월보다 13.2포인트 하락했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건설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을 경우 올라가고 그 반대일 경우 내려간다.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14개월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지수가 101.3을 넘을 정도로 회복됐으나 3개월 연속 지수가 하락했다. 그만큼 건설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건설경기 호황을 이끈 주택시장의 둔화 우려가 크다. 지난해 건설사들은 50만 가구 이상을 신규분양했다. 재건축 규제완화와 대출 규제완화 등 정부 정책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공급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10월 3만2천 가구까지 감소했던 주택 미분양물량은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증가하며 6만2천 가구로 늘었다.
1월 미분양물량이 6만606가구로 줄면서 미분양 급증에 대한 우려는 다소 가라앉았으나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브랜드 단지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런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최근 공급과잉에 대해 언급했다. 강 장관은 “주택 공급과잉은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위험관리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16일 주택시장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공급과잉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주택 분양물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초과해 준공 뒤 미분양 물량 증가의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호황 끝물을 누리기 위해 밀어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공급물량을 20~30%가량 줄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3월에만 4만여 가구를 공급하기로 해 3월 분양물량으로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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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공공공사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5.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
◆ 건설사 텃밭인 공공공사 발주도 줄어들어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중소건설기업 19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3.9%는 국내 건설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중소 건설시장에 대해서 88.1%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 주된 이유가 공공공사 발주 물량 감소(61.8%)였다. 국가경제 부진의 장기화(20.6%), 건설시장 참여기업 증가(11.8%)를 원인으로 꼽은 곳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공공부문 수주액을 41조8천억 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4조3천억 원보다 5.6% 감소한 수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점차 줄고 있어 공공부문 수주액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6조1천억 원이었는데 올해 확정 예산은 이보다 9.2% 줄어든 23조7천억 원이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019년 18조7천억 원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이 17일 발표한 올해 공공부문 시설공사 발주계획도 29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조달청 발주계획보다 5.6% 줄었다. 조달청의 발주계획은 국방부와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자체 발주계획을 제외한 것이다.
조달청의 올해 공공부문 시설공사 발주계획을 보면 국가기관 발주 계획은 지난해보다 17.4%, 공기업 등 기타기관 발주 계획은 5.9% 감소했다. 지방자치단체 발주 계획만 지난해 대비 5.5% 증가했을 뿐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올해 종합건설사 수주실적은 약 120조 원으로 지난해 150조 원보다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위기에 대비한 경영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