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쪼개 액면분할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 황제주 가운데 하나인 크라운제과가 액면분할을 예고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초고가 황제주들도 액면분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크라운제과, KNN, 넥센, 성보화학, 엠에스씨, 케이티롤, 동양물산, 극동유화 등 모두 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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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달 크라운제과그룹 회장. |
크라운제과는 24일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1주당 액면가를 5천원에서 500원으로 변경하는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액면분할을 하면 크라운제과 보통주는 147만3523주에서 1473만5240주로, 우선주는 9만1015주에서 91만 150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신주권 상장 예정일은 5월 17일이다.
크라운제과 주가는 지난해 100만 원까지 근접했지만 지금은 5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당가격이 높은 데다 거래도 부진해 올 들어 크라운제과의 일평균 거래량은 7298주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음식료 업종 주식 일평균 거래량(1만3988주)의 절반 수준이다.
액면분할 뒤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5만 원대로 낮아지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롯데그룹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당 2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황제주들에 대해 액면분할에 나설지 지켜보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으로 246만4천 원과 205만 원으로 초고가주 1, 2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주가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하루 평균 거래량이 2천~3천 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액면분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가장 비싼 주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인 만큼 액면분할과 같은 주주친화적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 이후 거래가 늘고 주가가 오르면서 무조건 ‘비싸야 좋은 주식’이라고 생각했던 기업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액면분할이 필요해 보이는 우량 대형주 등을 중심으로 기업을 직접 방문해 액면분할을 권유하기로 했다.
액면분할은 글로벌 기업들도 종종 시도한다.
코카콜라는 모두 10번, 마이크로소프트와 월마트는 각각 9번의 액면분할을 시행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나이키, 크라이슬러는 각각 8번의 액면분할을 했다.
미국 기업들은 주가가 상승하면 지속적으로 주식을 쪼갠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추가 상승여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을 잘게 쪼개면 접근하기 쉬워지는 데다 주가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추가 상승의 여력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액면분할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액면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를 이사회 의결사항이나 주총 보통결의사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주총 특별결의는 발행주식의 과반수 이상 출석, 출석 정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승인된다. 기업들이 주총을 한번 열기 위해서는 평균 2천만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데다 주주들의 참여도 독려해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액면분할 필요성을 절감하더라도 이를 위해 따로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