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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용진, 광고사업 놓고 다른 길 걷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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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그만큼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쟁의식을 느끼는 인간본성의 자연스러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개인적인 관계나 의도와 무관하게 비즈니스 차원에서 비교되거나 미묘한 경쟁관계에 놓일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이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 삼성가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사촌사이이면서 3세 경영인으로 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일기획 매각 추진이 광고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광고사업에 대한 상이한 시각과 경영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 광고회사, 이재용은 팔고 정용진은 관심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다음달 11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에 광고업과 광고업에 관련된 사업의 투자 또는 부대사업 일체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의 건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통해 광고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점포 내 광고에 광고주 유치 등 마케팅 일부를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담당하는 정도일 뿐 광고회사를 인수하거나 광고제작에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정 부회장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광고사업으로 외연을 넓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광고업계는 제일기획 매각 이슈로 출렁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제일기획 안팎에서 매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일기획이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 건물을 삼성물산에 매각한 것도 매각을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 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제일기획 매각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체제에 들어서면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등 회사라도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팔 수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 방식의 선택과 집중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이재용 정용진의 '색' 다른 경영스타일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1968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다. 범 삼성가 3세 경영자라는 점 외에도 나이나 학교 등 공통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광고사업과 관련한 두 사람의 행보에는 상이한 경영스타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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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용진, 광고사업 놓고 다른 길 걷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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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페이' 광고 이미지. |
정용진 부회장이 SNS 등을 통해 대중적 소통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후계자로 나선 뒤에도 공식석상에도 자주 모습을 내비치지 않아 일종의 ‘신비주의’적 경영스타일을 보일 때가 많다.
광고사업은 기본적으로 대중과 소통을 전제로 한다. 마케팅이나 홍보, CI나 PI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업인 셈이다.
제일기획은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대그룹 계열사에 속한 광고대행사를 뜻하는 ‘인하우스’로 제일기획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이노션, LG그룹 HS애드, 롯데그룹 대홍기획, SK그룹 SK플래닛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는 제일기획이 실제 해외에 매각될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업계에서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SSG 페이 광고, 삼성페이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
신세계그룹은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달리 직접 광고대행사를 운영한 적이 없다. 소비자 접점이 많은 유통업의 특성상 마케팅이나 광고, 홍보 등을 위한 물량이 많은 편이다.
정 부회장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매물이 나올 경우 광고회사 M&A 등을 통해 진출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업계는 파악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자체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 ‘SSG 페이’ 광고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
배우 공효진씨와 공유씨를 모델로 기용한 SSG 광고는 한글자음 ‘ㅅㅅㄱ’을 ‘쓱’으로 읽는 코믹한 상황을 진지한 톤으로 보여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은 '쓱' 광고가 나간 뒤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광고가 화제에 오르면서 범삼성가 계열인 제일기획이 아닌 HS애드가 제작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삼성페이가 유통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신세계그룹 계열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사용이 허용되고 있는 않는 점과 맞물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사촌간에 사업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재계 일각에서 나돌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과거에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종종 영역이 겹칠 경우 경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